그의 빈소에는 무려 1만 여 명이 다녀갔습니다. 애통하고 아쉬워하며 그의 부재를 안타까워 한 것은 단지 팬들 뿐만은 아니었습니다. 그와 90년대를 함께 살아온 모든 사람들이, 그리고 그와 함께 세상이 달라지길 꿈꿨던 많은 사람들이 그의 죽음으로 상실의 고통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그가 예언한대로, 장례식장에서 끊임없이 울려 퍼지던 '민물장어의 꿈'은 음원차트 1위를 장식했고, 누리꾼들은 하도 그의 음악을 찾아댔기에 28일 하루만 해도 무려 6만 여건의 검색량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우리 모두가 신해철에게 빚을 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는 서태지와 더불어 90년대의 아이콘이었습니다. 그를 유명하게 만든 88년 대학가요제 대상곡 '그대에게'는 사실 90년대의 도래를 알리는 서곡이었고, X세대들을 위한 팡파르였습니다. 지금의 30, 40대들은 그와 함께 성장했고 가장 순수하고 풍요로웠고 화려했던 시절을 그의 노래와 함께 했습니다. 그러니 그의 상실은 마치 과거의 상실, 추억의 상실, 행복했던 날들의 상실이 되고 만 것입니다.
게다가 갈등과 대결로 극심한 분열을 겪고 있는 사회 분위기는 신해철의 부재를 더욱 고통스럽게 느끼도록 만들고 있습니다. 정치가 실종되고 상식이 뒤집혀진 시대에는 당연히, 그 같이 거침없는 사회비판과 적극적인 사회 참여를 마다치 않는 개념가수가 절실합니다. 마왕의 독설이 우리 사회에 뿌려지는 소금이었음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은, 그의 죽음을 마치 사회적 멘토의 상실로 여기고 있는 것입니다.
또한 최근 오랜 공백을 깨고 음반 발매와 방송 활동 등을 왕성하게 펼치던 가운데, 돌연 급사를 하게 된 것이라 충격은 더욱 큽니다. 더욱이 유가족들이 최근 의료사고의 의혹을 철저히 규명하겠다고 공식화했습니다. 만일 그의 죽음이 의료사고로 밝혀진다면, 상업적 논리에 끌려다닐 수밖에 없는 현재의 의료시스템과 외모 지상주의를 심으며 몸의 상품화를 강요하는 방송 및 연예산업의 욕망이 한꺼번에 비난을 받게 될 것입니다.
얼마 전 발매한 미니앨범 <리부트 마이셀프>를 통해 그는 유언을 남겼습니다. 'A.D.D.a'를 통해 "생긴 대로, 하던 대로, 살던 대로, 지가 하고 싶은 대로" 살라고 했고, 타이틀곡 '단 하나의 약속'을 통해 "제발 아프지 말아요"라고 당부했다. 특히 '단 하나의 약속'은 오랜 투병생활을 한 아내에게 주려고 10년 넘게 묵혔던 곡이라고 했지만 사실은 오늘날 이 병든 대한민국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우리들에게 꼭 필요한 메시지이기도 합니다. 끝까지 우리를 걱정한 그가 이제 하나님 안에서 편히 쉴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