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전문 대출로 유명한 대부업체의 광고 내용이다.
광고에 출연한 이들은 외국인 방송인 A씨, 여배우 B씨, 개그맨 겸 MC C씨 등 대중들에게 친숙한 연예인들이다.
◈ 연예인 대출광고, 제 2의 전성기 맞다
2007년 이후 잠잠했던 대출광고 바람이 다시 연예계에 불고 있다. 일부 연예인들은 제 2금융권 뿐 아니라 제 3금융권 광고에도 모습을 비추고 있다.
여성 전문 대출 광고에서 이 같은 현상은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한 대부업체는 주부들 사이에서 인지도가 높은 여배우 D씨를 광고 모델로 기용했다. D씨는 특유의 연기로 대출이 힘든 주부들의 상황을 실감나게 그려냈다.
이 대부업체의 관계회사인 다른 대부업체의 광고에는 여배우 E씨가 등장한다.
광고 자체만 놓고 보면 밝고 따뜻한 분위기의 일반 광고와 크게 다르지 않다. 발랄한 왕 씨의 로고송이 분위기를 상당 부분 좌우한다.
연예인들은 제 2금융권 대출 광고에 더욱 활발하게 진출하고 있다.
일본계 저축은행인 저축은행의 대출광고에는 여배우 F씨와 개그맨 G씨가 출연하고, 대부업 계열의 저축은행 대출광고에는 개그맨 겸 MC인 H씨가 나온다.
예능프로그램으로 인기를 모은 배우 I씨는 저축은행 대출광고에 등장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
결정적으로 이들 광고는 모두 대출의 장점 만을 강조할 뿐, 가장 중요한 대출금리 등의 정보는 제대로 알기 어렵다.
금융정의연대 최계연 사무국장은 23일 CBS노컷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비은행권) 대출 광고들은 피해를 최소화하고, 쉽고 빠른 장점 만을 부각한다. 연예인이 광고에 출연한다는 것 만으로도 신뢰도가 상승하고 마치 믿음직한 금융기관의 상품인 것처럼 포장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소비자들에게 20~30% 이상의 고금리 상품에 대한 위험성을 인지 시키지 않고, 연예인의 이미지를 활용하는 것이 큰 문제점"이라고 지적했다.
최 사무국장의 말대로 제 3금융권은 연 34.9%의 대출금리 상한선을 정해 놓고 있으며 대다수 상품의 금리가 여기에 맞춰져 있다.
대부업에서 넘어온 저축은행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해당 저축은행들은 여전히 대부업 시절 못지 않은 20% 초반~30% 초·중반의 고금리로 대출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광고를 바라보는 대중들의 시선도 좋지 만은 않다. 서민들이 가계 빚에 허덕이는 상황 속에서 연예인들이 앞장서 비은행권 고금리 대출을 권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제출한 2014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연예인 대출광고 논란이 일었던 2007년 말에 비해 가계부채 총액 대비 비은행권 대출 비율은 3.5%p 증가했다. 반대로 은행권 대출은 7.6%p 줄어들었다. 가계부채 총액은 665조4천억원에서 1천 40조원으로 늘었다.
일각에서는 대부업체인 제 3금융권이 아닌 저축은행 등 2금융권의 대출 광고는 정보 제공 차원에서 바라볼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 비은행권 대출 광고비 높아…연예인 출연 제도적 장치 마련
비은행권에서 연예인을 모델로 한 광고가 성행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최 사무국장은 "대출 산업은 일반 산업과 달리 특별한 기술 개발이나 그런 것들이 있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다양한 매체를 통한 광고를 주된 영업 방법으로 삼고, 광고비에 많은 돈을 쏟아붓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비은행권 대출광고가 다시 지상파 방송에 등장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지상파 대출광고를 하지 않게 된 것도 법적 규제가 아니라 자율 협약"이라면서 "사회적 지탄과 시선을 의식해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지만 언제든 (협약을) 깰 수 있다. 지상파 중간광고가 허용된다면 현재 케이블 채널처럼 다시 등장할 지 모른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그렇다면 대책은 있을까. 그는 대출광고에 대한 연예인 인식 개선과 출연의 제도적 장치 마련을 촉구했다.
최 사무국장은 "연예인 대출광고 출연의 진입 장벽을 제도적으로 만들어야 한다"며 "현재 연예인들은 빚 권하는 사회에 대한 문제 인식이 없는 상태에서 광고에 출연하고 있는데 정확한 광고를 위해 보험 판매 광고처럼 자격 시험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