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활성화 대책으로 3분기 1% 성장" (9월 20일)
"본격적인 성장경로로 가면서 4분기에 1% 성장" (10월 2일)
"하방리스크 있다" (10월17일)
성장률과 관련한 각기 다른 전망들이지만, 모두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한 사람에게서 나온 말이다. 한 달도 채 안되는 사이 성장 시기가 늦춰지거나 전망치 자체가 아예 낮아졌다.
최 부총리의 '떨어진 자신감'은 경제관련 지표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최경환노믹스'는 7월 최 부총리의 취임한 이후부터 8월까지 최고조를 이뤘다가 9월 들어 약발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떨어진 약발'을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는 주가다. 새 경제팀 출범 직후 코스피는 2,082.61까지 치솟았다. 9.1 부동산대책이 나올 때까지 버티던 코스피는 이후 내리막길을 걷다 못해 전보다 더 나빠졌다. 지난 17일은 장중 한때 1,900선까지 붕괴되는 등 8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증시와 함께 자산시장의 양대 축이라고 할 수 있는 부동산의 경우도 집값만 올랐을 뿐 거래량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모습이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써브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를 분석한 자료를 보면 올 3분기 주택거래량은 전분기에 비해 1.9%감소했다. 같은 기간 아파트 기준 집값이 0.55%, 전셋값은 0.75%가 늘어났다는 것까지 감안하면, 부동산 대책은 서민들에게 오히려 독이 된 셈이다.
◈ '투자 → 생산 → 소비' 선순환 고리 복구 안돼
최 부총리가 취임하자마자 강조했던 '내수,투자 진작'은 성적표가 특히 안좋다. 9월 설비투자의 경우 전달보다 10.6%가 감소해 12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소비자물가는 1.1% 상승에 머물면서 취임 당시였던 6월의 1.7%보다 0.6%p 오히려 떨어졌다. 최 부총리가 디플레이션 우려를 언급했던 만큼, 물가는 '떨어진 약발'의 대표적 지표가 됐다. 생산자물가는 전달 대비 0.3% 감소했다.
소비자심리지수는 세월호 참사 이후 5월(105) 지수가 전월 대비 3p 주저앉았다가 6월(107) 반등했지만 7~8월에 하락과 반등을 오락가락 하는 등 의미 있는 회복 추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소비심리 지표 중 하나인 향후경기전망동향지수는 아예 전달보다 3p 떨어졌다. 지표만 보면 '투자 → 생산 → 소비'의 선순환 고리는 끊어진 상태다.
고용률과 관련해서도 7월과 8월 50만명 대를 기록했던 취업자 수는 9월 들어 45만명대로 감소했다. 그나마 개선된 수치도 주로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한 일용직이나 임시직 등 '나쁜 일자리'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정부는 기대에 못미치는 성적표와 관련해 국회에 제출한 30여개 '경제활성화 법안'이 표류상태라는 점과 정책이 가시화되는 시점이 몇 개월 뒤에 나타난다는 점을 들고 있다.
하지만 '경제활성화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된다고 해도 내수 진작을 유도할 수 있는지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정책 효과는 이미 약발이 떨어지는 방식으로 일정한 방향성을 띄고 있다. '최경환노믹스'의 후유증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일찌감치 나온 이유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