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붕괴참사] 위치추적까지 했건만…부모가 주검으로

17일 오후 경기 성남 판교신도시 유스페이스 야외광장 공연 중 환풍구 붕괴로 사상자가 발생한 가운데 부상자가 이송된 야탑동 차병원 응급실 앞에 취재진들이 몰려 있다. 기사에 언급된 김정태 씨의 시신이 안치된 성남 제생병원은 아니다. (사진=황진환 기자)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된지 모르겠어요”

17일 밤 10시쯤 경기도 성남시 제생병원 장례식장에서 판교 붕괴 참사로 숨진 아버지 정연태(47) 씨의 시신을 확인한 아들은 넋을 잃은 표정이었다.

정 씨의 아들은 “아버지께서 오늘 쉬는 날이셨다”면서 “군대 신체검사를 받고 점심 때 쯤 집으로 돌아왔을 때만 해도 계셨는데 제가 잠든 사이에…”라고 울먹였다.

특히 아버지와 함께 나간 것으로 보이는 어머니 권복녀 씨가 계속 연락이 닿지 않아 정 씨의 아들은 발만 동동 굴렀다.

소식을 듣고 병원으로 달려온 아버지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소방서로 찾아가 휴대전화 위치추적까지 해봤다.

하지만 정 씨의 어머니 권 씨 역시 이번 사고로 숨진 것으로 18일 새벽 0시 15분쯤 확인됐다.

같은 병원 안치실에 신원미상의 20대 여성으로 추정됐던 시신이 어머니였던 거였다.

정 씨의 아들은 어머니의 시신을 확인한 뒤 아무 말 없이 얼굴을 감싼 채 주저 앉았다.

함께 병원으로 온 할머니는 끊임없이 오열만 했다.

뉴스를 보고 왔다는 정 씨의 한 친구는 “너무 놀라서 말이 안 나온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에 앞서 제생병원 응급실에서는 밤 9시 쯤 한 중년 여성이 뛰어 들어와 딸의 이름을 목 놓아 부르기도 했다.


“공연을 본다고 갔는데 연락이 안된다”면서 의료진에게 인상착의를 설명한 뒤 이곳 병원에는 없다는 걸 확인하고서 황급히 다른 병원으로 향했다.

제생병원에는 정 씨를 포함해 사망자가 4명, 중상 2명, 경상 2명 등 모두 8명이 이송돼왔다.

하영록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사망자에 대해서는 X-ray와 같은 특별한 검사를 하지 않아 정확한 사인을 알 수 없다”면서 “중상자들도 폐손상이 있고 출혈이 심해 안심하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현장에서 사망한 7명이 이송된 성남중앙병원 장례식장에는 이날 저녁 8시쯤까지 적막함이 흘렀다.

시신이 안치된 지하 검안소에는 경찰이 사망자의 직계 가족 이외에는 철저히 외부인을 통제하고 있었다.

장례식장 사무소에는 간간히 실종자가 안치돼 있는지를 묻는 전화가 왔지만 "직계 가족이 직접 와서 확인해야 한다"며 전화를 끊고 있어다.

오후 8시쯤 망자의 가족이 하나둘 장례식장에 도착했다.

초점이 없는 눈빛으로 가족들이 지하 검안소로 내려가면 얼마 지나지 않아 통곡 소리가 이어졌다. 가족의 처참한 시신을 확인한 것이다.

그러는 와중에 한 무리의 직장인들이 누군가의 이력서를 들고는 장례식장 앞에서 분통을 터뜨리고 있었다.

회사 동료가 실종됐지만 직계 가족이 아니라 경찰이 검안소 안에 들여보내주지 않아 확인을 하지 못하고 있던 것.

얼마 지나지 않아 이 동료의 어머니가 도착했다. 경황 없이 장례식장에 도착한 이 어머니는 "내 아들이 아닐 거야"라며 장례식장 입구에서 검안소에 들어가기를 한사코 거부했다.

이들은 이 모습을 멀찌감치 떨어져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결국 2시간여쯤 지나 망자의 어머니의 자지러지는 오열이 지하에서 들려오자 동료의 사망을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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