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산토 등 GMO 기업들이 단순히 유전자 변형 종자 개발에서 머물지 않고, 각종 생물학 제제(生物學的製劑) 개발과 정밀농업 분야 진출 등 신기술 통합을 통해 본격적인 변신을 꾀하고 있다.
인체에 유해할 수 있는 GMO, 즉 유전자 변형 종자 개발을 주도하고, 종자 특허권을 통해 전 세계 농민들부터 폭리를 취하는 공룡기업 몬산토.
유전자 변형 식품의 안전성에 대한 찬반 논쟁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반대론자들이 GMO 기업 몬산토에 내리는 대체적인 평가이다.
그러나 이런 평가 중 적어도 ‘공룡기업’이라는 말은 재고의 여지가 있어 보인다. 지난해 몬산토의 순매출은 148억 6천 만 달러(15조원)로, 포천지가 선정하는 세계 500대 기업에도 포함되지 않았다. “생각하는 것 만큼 공룡기업은 아니다”라는 것이 몬산토 측의 설명이다.
몬산토는 이런 연구개발을 통해 최근 사업 분야를 적극 확대하고 있다.
먼저 주 업종인 유전자 변형 기술이 기존의 해충 또는 제초제 저항성 GMO 종자에서 물이 부족하거나 기온이 낮은 지역에서도 자랄 수 있는 GMO 종자 개발로 까지 나아가고 있다. 지구 온난화에 따른 다양한 기상 이변에 대응할 수 있는 GMO 종자 개발을 꾀하고 있다는 것이다.
몬산토의 마이클 돈스 디렉터는 “아프리카 물효율성 옥수수 프로젝트를 통해 가뭄 저항성 옥수수를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지역에 이미 소개했다”며 “케냐에서의 재배 결과 기존의 종자보다 2배 이상의 옥수수 수확량을 거뒀다”고 말했다.
몬산토는 단순히 유전자를 변형하는 기술에 머물지 않고 곡물 생산량 확대를 위해 토양 속 미생물을 활용한 생물학적 살충제 등 각종 생물학 제제 개발도 한다. 마이클 돈스 디렉터는 “곡물 생산에 유해한 미생물을 자연 속 미생물로 구제하는 방법에 대해 지난 2-3년간 집중적인 연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수분을 통해 세계 곡물 생산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꿀벌을 위한 생물학적 제제도 연구 개발 중이다. “꿀벌 개체수가 급격히 감소되고 곡물 작황에까지 악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되면서, 꿀벌 감소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진드기를 통제하기 위해 생물학적 제품을 연구 하고 있다”는 것이다.
몬산토가 추진하는 사업 확대의 결정판은 농장 별로 최적화된 관리를 꾀하는 이른바 ‘정밀농업’이다.
미국곡물협회 관계자는 “1미터 간격으로 경작지 정보를 분석하고 심지어 밭의 고랑에 모이는 물의 량까지 파악할 수 있는 것이 정밀농업”이라며 “이런 맞춤 처방을 통해 해당 경작지 에서 산출할 수 있는 최대의 곡물을 수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몬산토는 이런 맞춤 처방을 해주는 대가로 수수료를 받는다. 가장 기본적인 자문은 농민들에게 무료로 제공하지만 일정 수준 이상의 서비스는 각 단계 별로 비용을 추가하는 방식이다.
몬산토의 톰 애담스 부사장은 “컨설팅 비용의 수준은 시장에서 정해진다”며 “생산력 증대 처방을 받을지 말지는 농민이 결정한다”고 말했다.
톰 애담스 부사장은 “개발된 GMO 종자를 심어 100% 제 기능이 발현되기 위해서는 관리가 필요하다”며 “정밀농업은 GMO 종자의 기능을 발휘하도록 관리해주는 일종의 AS 개념으로 , 몬산토는 정밀 농업을 통해 궁극적으로 농업정보 서비스기업을 지향한다”고 말했다.
전통적인 품종개량인 육종 기술, GMO 기술, 생물학적 제제 개발 등이 정밀농업으로 통합 수렴되는 셈이다.
또 다른 GMO 기업 듀폰도 몬산토 못지않게 연구개발에 힘을 쓰고 있다. 과학 역량을 신제품으로 연결시키는 ‘종합과학회사’(Intergrated Science Company)라는 태생적 정체성에 걸맞게 전 세계 90개 나라 150곳의 연구 개발센터에서 만여 명의 과학자와 엔지니어가 활동하고 있다.
듀폰은 매년 22억 달러(2조 2천억원)를 연구개발에 투자하는데, 지난해 전체 매출이 357억달러임을 감안하면 매출의 6% 이상이 연구개발에 들어가는 셈이다.
듀폰이 과거에 주력했던 화학 첨단 소재의 재료과학을 GMO 기술 개발 등 농업 및 생명공학을 중심으로 통합하는 작업이 본격 추진되고 있다.
몬산토와 듀폰 등 GMO 기업들이 이처럼 GMO 기술 개발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각종 신기술의 통합, 인수 합병을 통해 ‘생각하는 것만큼 공룡기업’은 아니라고 할지라도 과거보다 훨씬 강한 기업으로 변신하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