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사건은 수사기관이 합법적 수사를 가장해 얼마든지 사이버상의 감시와 사찰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집시법 위반 혐의 수사와 무관하게 정진우 부대표의 친구로 등록된 3천여 명의 개인정보가 수사기관에 고스란히 노출됐다. 개인적으로 또는 그룹을 지어 사이버 상에서 터놓고 나누는 대화 내용을 수사기관이 모두 들여다 본 것이다. 실제로 정 부대표의 대화 내용에는 현금카드 비밀번호와 재판과 관련해 변호사와 나눈 이야기, 초등학교 동창들과 나눈 개인적인 이야기, 사회적 현안 관련 대화 등이 들어 있었다고 한다. 심각한 사생활 침해이자 인권침해 행위이다.
그렇지 않아도 지금 우리 사회는 검찰의 사이버 검열에 대한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지난 16일 박근혜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대통령에 대한 모독이 도를 넘었다’고 지적하며. ‘사이버상의 국론을 분열시키고 아니면 말고 식의 폭로성 발언이 사회 분열을 가져오고 있다’고 비판한 뒤 검찰이 곧바로 ‘사이버허위사실유포전담수사팀’을 발족한 터이다, 포털사이트 등의 허위사실 유포를 상시적으로 감시해 피해자의 고소·고발이 없어도 직접 수사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검찰의 이런 선제적 대응 방침이 알려지면서 대화 내용이 저장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 해외 업체로 메신저를 갈아타겠다는 이른바 사이버 망명이 폭증하고 있다. 오죽하면 카카오톡 대표가 공정한 법 집행에는 협조할 수밖에 없지만 검열에 오해가 있는 것 같다며 해명하고 나섰겠는가. 검찰이 카카오톡을 대상으로 감시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했지만 여전히 불신을 잠재우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수사기관이 합법을 내세워 카카오톡 계정의 내용을 치밀하게 들여다봤다는 것은 이 계정에 가입한 사람은 상황에 따라 앞으로 그 누구도 감시와 검열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명백히 보여주고 있다. 은밀한 개인의 사생활을 수사기관이 손바닥 들여다보듯 알 수 있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범죄를 예방하고 뿌리 뽑는 것도 중요하지만 개개인의 의사 표현과 통신의 자유에 우선할 수는 없는 일이다. 모든 사람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며 사생활까지 통제하려는 것은 과거 권위주의 시대로 돌아가자는 것이나 다름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