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번한 자연재해와 싸워가며 '방재(防災) 대국'의 면모를 구축한 일본이지만 수시로 발생하는 지진과 비교하면 화산에 대한 대비에는 상대적으로 미비점이 많다는 것이다.
◇기술적 한계 = 전 세계 활화산의 7%에 해당하는 110개 활화산을 보유한 일본에서 전문가들은 온타케산 분화가 있기 전부터 화산의 위험성을 경고해왔다.
내각부의 의뢰를 받은 화산 전문가들은 지난해 5월 정리한 화산 재해 대책 관련 제언을 통해 동일본대지진(2011년 3월) 후의 일본 열도가 혼슈(本州) 북부의 산리쿠(三陸) 앞바다에 큰 지진이 발생한 뒤 화산활동이 활발했던 9세기 상황과 비슷해 대규모 분화가 단기간에 연속해서 발생할 수 있음을 지적했다고 도쿄신문이 30일 보도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 정부는 2009년 분화시 사회적 타격이 큰 47개 화산을 지정, 지진계, 위성 위치추적장치(GPS) 등을 활용해 24시간 지각변동 여부를 감시하고 있지만 화산 분화를 미리 파악하는 역량에는 한계가 있다고 도쿄신문은 지적했다.
분화가 상대적으로 빈번해 관측 데이터가 충분히 확보돼 있는 산들 말고는 미리 분화를 예측할 수 있는 화산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화산 분화를 예측해 냄으로써 미리 주민들을 대피시키는데 성공한 사례가 없지는 않지만 드문 일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특히 온타케산의 분화처럼 수증기가 가열해 발생한 '수증기 폭발'의 경우 예측은 극히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게다가 주요 활화산 중에서 화산 전문가가 상주하는 관측시설이 있는 곳은 사쿠라지마(櫻島)와 우스잔(有珠山) 등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후지산 등 대피시설·대피계획 미진" = 분화에 대비한 각 지방자치단체 등의 대비태세 구축도 늦춰지고 있다고 도쿄신문 등은 지적했다.
내각부가 지난 3월까지 정리한 자료에 따르면 주요 47개 활화산 중 33개에서만 방재협의회가 설치돼 있었고, 구체적인 주민 피난 계획을 세워둔 지자체는 47개 활화산을 관할하는 130개 지자체 중 20곳에 그쳤다고 도쿄신문은 소개했다.
시설 면에서도 일본을 상징하는 후지(富士)산만 봐도 분화 우려가 심심찮게 거론되고 있지만 긴급 대피소가 없다. 또 후지산에 산장들은 있지만 목조 건물이어서 온타케산의 경우처럼 분화에 의해 고속으로 튀어나오는 돌로부터 등산객들을 보호하는데 취약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방재용 헬멧을 준비한 산장도 거의 없는 실정이다.
시즈오카(靜岡), 가나가와(神奈川), 야마나시(山梨)현 등 후지산 주변의 3개 현이 오는 10월19일 후지산 분화에 대비해 주민피난 합동훈련을 실시하지만 분화를 미리 예측한 상황을 상정한 것으로, 이번 온타케산 분화처럼 예고하지 못한 상황에서 이뤄지는 분화는 상정하지 않아 반쪽 훈련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국가예산면에서도 지금은 통합된 문부과학성의 지진 및 화산 관련 연구 예산(연간 100억 엔∼300억 엔)의 경우 2008년도까지 9대1 비율로 지진 연구 비용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연구자 수의 경우, 내각부의 의뢰를 받은 전문가들이 지난해 5월 정리한 제언에 따르면 대학에서 화산 관측과 조사를 맡는 연구자는 40명 정도에 그치고 있다고 도쿄신문은 전했다. 특히 실제 분화 사례가 적은 탓에 학술논문을 작성하기가 어렵다는 이유로 국립대에서는 조사 연구비가 축소되는 경향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결국 화산학을 전공하는 학생도 자연스럽게 줄어들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