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정기국회는 예산안과 국정감사 각종 민생법안 처리 등 그 어느 때보다 현안이 많다. 특히 정부가 내년 예산안을 확장 예산으로 편성하면서 나라 살림과 관련한 국회의 논의가 중요해졌다. 경기부양을 위한 확장예산이라지만 재정건전성을 악화시켜 오히려 국민경제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담뱃값 인상이나 세제개편안은 민생에 직결되는 사안이다.
또 공무원 연금 개정처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사안도 민의의 전당인 국회에서 논의해야 할 과제이다.
여기에 5월 이후 처리하지 못한 민생법안도 산적해있다.
이 모든 현안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100일의 회기도 부족할 지경인데 국회가 공전을 거듭하고 있으니 지켜보는 국민들도 답답하기만 하다.
이 때문에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는 국회정상화를 더 이상 늦춰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전제가 빠졌다. 국회 정상화를 위해 세월호 특별법의 처리를 더이상 늦춰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지 5개월이 넘었지만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규명하고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세월호 특별법은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특히 지난 8월 7일과 19일 두차례에 걸쳐 여야가 잠정 합의안을 마련했지만 수사권과 기소권이 빠진 합의안에 유족들이 반대하면서 한달 넘게 협상은 한치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이제는 더이상 세월호 특별법을 늦출 수 없다.
마침 유가족 대표단이 교체됐고 내홍을 겪었던 야당도 문희상 비대위원장 체제로 새롭게 출발했다. 정국 경색을 풀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것이다.
때마침 문희상 새정치연합 비대위원장이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를 방문해 정치복원과 국회 정상화에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이제는 과반의석 갖고 국정을 책임지는 여당인 새누리당이 정치력을 발휘해야 할 때다.
새정치연합에 명분을 주면서 경색된 정국을 풀고 국회 정상화의 물꼬를 터야 할 책임이 여당에게 있다.
대통령이 더이상 양보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해도 그것이 세월호법 협상의 가이드라인이 돼서는 곤란하다. 그것은 대통령이 말했던 삼권분립의 원칙을 국회 스스로가 깨는 일이기도 하다. 그렇게 된다면 여야간 협상이 매번 청와대의 가이드라인에 좌지우지되면서 국회가 말 그대로 통법부 또는 행정부의 시녀로 전락할 것이다.
국회 정상화를 위해 지금 시급하게 해야 할 일은 더이상 양보는 없다며 버티기보다는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막힌 정국을 풀 창의적인 해법을 마련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