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가족과 한가위 情을"…광화문광장 지킨 시민들


"이번 추석은 제 가족이 아닌 세월호 가족들과 함께 하려고요".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서울 광화문광장 단식농성장은 추석 연휴에도 텅 빌 줄 몰랐다.

'행여나 빈자리가 많을까' 걱정하며 광장을 찾은 100여 명의 시민들은 릴레이 단식농성을 이어갔고, 특별법 제정을 위한 서명에 동참하려는 가족 단위 행렬도 끊이질 않았다.

"명절이라고 텅텅 비면 어떡하나 걱정돼서 왔다"는 연극 연출가 방혜경 씨는 "자식들이 가장 보고 싶을 때가 명절인데 단원고 학생들을 잃은 유족들에게 '힘 내시라'는 응원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방 씨는 이번 추석 연휴 첫날 광화문광장을 처음 찾았는데, "명절 내내 머무를 계획"이라고 했다.

충북 충주에서 지난 7일 추석을 쇠기 위해 올라왔다는 고등학교 2학년 임동현(18) 군은 "제 인생에서 가장 특별한 추석"이라고 말했다.

임 군은 "명절을 맞아 서울에 있는 큰아버지 댁에 왔다가 광화문 농성장을 찾았다"면서 "특별법 제정을 위해 국민들이 힘을 실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고 했다.

임 군은 종일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한 국민 서명을 받은 일을 도맡았다.

추석연휴 이틀째인 7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세월호 특별법 제정 촉구 단식농성장에서 농성중인 세월호 유가족들과 동조단식 중인 시민들이 윷놀이를 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자료사진)

4주째 틈틈이 광화문광장을 찾고 있다는 김영호 씨는 "고향에 가면 제 부모님이 계시긴 하지만 올해는 세월호 참사로 자식을 잃은 부모님들과 같이 있어드리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농성 참가자들과 함께 천막에 앉아 노란리본 목걸이를 만들어 시민들에게 나눠주는 역할을 했다.

지난 7일 광화문광장에서는 시민들과 함께 세월호 특별법 내용에 대해 알아보는 '세월호 OX퀴즈'가 열렸고, 잠시나마 웃음을 찾기 위한 윷놀이 행사도 진행됐다.

이어 추석인 8일에는 안산 합동분향소에서 희생된 단원고 학생들이 좋아했던 음식을 한 가지씩 상에 올린 합동 기림상이, 광화문광장에서는 국민 한가위상이 차려졌다.

서명운동을 하다 광화문광장에 머물게 됐다는 직장인 윤영숙(40) 씨는 "작년까지만 해도 아이들과 함께 명절을 지냈을 유가족들 옆에서 작은 힘이라도 돼야겠다는 생각에서 명절도 반납하고 많은 사람들이 모인 것 아니겠냐"면서 "명절의 정(情)을 이곳에서도 느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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