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전 라이스 베이징행…미·중 '대북정책 조율' 주목

11월 미·중 정상회담 '사전정지'…대북기조 변화없을 듯

수전 라이스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7일(현지시간) 중국 방문길에 올랐다.

라이스 보좌관의 중국 방문은 지난해 6월 톰 도닐런 후임으로 임명된 이후 처음이다.

라이스 보좌관은 이날부터 사흘간 베이징(北京)에 머물며 중국 측 카운터파트인 양제츠 외교담당 국무위원 등 중국 외교·안보분야의 고위급 관리들을 면담할 예정이다.


이번 방중은 오는 11월10일부터 이틀간 베이징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에 열릴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양자 정상회담을 준비하기 위한 사전정지의 성격이다.

따라서 미·중 정상회담에서 다뤄질 양국의 의제들을 교환하고 밑그림을 서로 맞춰보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주요 의제는 ▲동·남중국해 영토분쟁 ▲사이버 안보 ▲투자협정과 무역활성화 ▲우크라이나 사태 ▲이라크·시리아의 '이슬람국가'(IS) 대응 등이 될 것이라고 외교소식통들이 전했다.

또 최근 동중국해에서 중국 전투기와 미국 대잠초계기 간의 '초근접 비행'으로 우발적 군사충돌 가능성이 제기된데 따른 대응방안도 논의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그러나 더욱 큰 틀에서 이번 방중은 지난해 6월 미·중 정상회담 이후 악화된 양국관계를 다시 복원하는데 초점을 둘 것이라는 게 워싱턴 외교가의 대체적 시각이다.

캘리포니아 휴양지인 서니랜즈에서 만난 두 정상은 이른바 '신형대국(新型大國) 관계'를 표방하며 전략적 협력을 다짐했으나 이후 중국의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ADIZ) 선포를 비롯한 대형악재들이 이어지면서 양국의 새로운 관계설정 모색은 '동상이몽'에 그쳤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워싱턴의 한반도 전문가들이 이번 방중에 주목하는 것은 미·중이 북핵문제를 비롯한 대북정책에 대해 어떤 식으로 입장을 정리하느냐이다.

라이스의 '방중 보따리'에 북한문제가 주요 의제의 하나로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어느 정도 우선순위와 비중으로 다뤄질지는 미지수다.

다만, 현재 양국 내부의 분위기로는 대북정책을 놓고 미·중 양국의 기존 입장에 특별한 변화가 있을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미국은 최근 대북정책 기조에 변함이 없다는 입장을 백악관 논평을 통해 공식 확인했다. 백악관은 라이스 보좌관이 지난해 11월 조지타운 대학 연설에서 "우리는 협상이 진정하고 신뢰할 수 있으며, 북한 핵프로그램 전체를 다루고, 구체적이고 되돌릴 수 없는 조치들로 이어지는 것일 때에만 협상할 준비가 돼있다"고 밝힌 대목을 거론했다. 이는 북한이 비핵화 사전조치를 이행해야 대화가 가능하다는 현행 대북정책을 유지하겠다는 의미다.

이 같은 미국의 대북 압박정책과 북한의 '버티기' 전략이 지루하게 이어지면서 지난해까지만 해도 6자회담 재개에 적극성을 보이던 중국의 외교적 행보가 크게 둔화했다는 게 외교소식통들의 관측이다.

한 외교소식통은 "양국이 큰 틀에서 대북정책 기조를 재점검하는 기회가 되겠지만, 정책적 변화를 기대하기는 힘들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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