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온라인업체의 최근 설문조사에 따르면 가장 빌고 싶은 소원은 로또 당첨과 같은 금전적 행운이었다. 추석 명절이나 새해에 복권 판매량이 급증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런 세태를 그대로 반영한 것이 '소원성취 프로젝트'라는 이름의 BC카드 한가위 행사다. 카드 고객들이 홈페이지에 소원을 올리면, 올라온 사연 중 10개를 추리고 이를 투표에 부쳐 2천만원 한도, 총 3명의 소원을 들어준다는 내용이다.
소원의 내용은 대부분 '하고 싶었지만 돈 때문에 못 했던 것들'이다. 지난 달 21일부터 시작한 행사는 6일 기준 이미 1500 건을 넘어섰다. 한우를 실컷 먹고 싶다는 상대적으로 소박한 바람부터 전세집 보증금이 필요하다는 막막한 호소까지 이야기도 다양하다.
전세 보증금이나 집값 대출에 2천만원을 보태고 싶다는 응모자들은 주거안정이 곧 소원이 될 수밖에 없는 일반 가계의 상황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우리집 옆에 20평이 안되는 낡은 아파트를 사고 싶은데, 대출을 해도 2천만원이 부족하다. 이 집을 사는 게 50년 살며 처음 생긴 소원이다", "결혼 10주년이 넘었지만 이사만 네 번 째다. 생애최초주택마련의 기쁨은 잠시, 대출금에 대한 이자로 다달이 허덕인다. 대출금을 조금이라도 상환하고 허리 좀 펴고 살고 싶다"
제일 많이 보이는 것은 어려운 형편에 제대로 챙기지 못한 부모님에게 선물을 드리고 싶다는 사연이다. "부모님이 돈 버시느라 바쁘셔서 비행기도 못타보셨다. 당첨되면 가족끼리 제주도를 가고 싶다", "부모님 차가 너무 오래돼 볼 때마다 바꿔 드리고 싶은데 나이 40이 넘었지만 아직 능력이 안된다. 내년 어머니 칠순인데 생애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새 차를 선물하고 싶다"는 식이다.
2천만원으로 성취하기 어려운 소원들도 간간히 눈에 띈다. 주름이 늘어간다고 자신을 소개한 '34살 총각' 지원자는 뇌경색이 온 할머니가 살아계시는 동안 결혼할 수 있길 바란다고 썼다. "막내가 들어오자마자 나가서 6년째 막내로 있다. 한 명만이라도 좋으니 들어오게 해달라"며 자기가 다니는 회사의 인사내용을 소원으로 비는 경우도 있다.
BC카드 박인철 마케팅기획팀장은 "한가위는 가족 간에 정을 나누는 명절이라는 것과 어려운 경제 사정에 조금이라도 고객들에게 도움이 되는 게 무얼까 하는 고민에서 출발한 행사"라며 "형편 때문에 못했던 선물이나 가족여행을 하고 싶다는 소원글이 가장 많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