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나 설 같은 명절 때마다 ‘민족대이동’ 행렬을 위해 교통 정보를 예측해 발표하는 한국도로공사 김수희(43) 교통예보관은 늘 딜레마와 씨름해야 한다.
날씨 예보와 달리 교통 예보는 정확하게 들어맞으면 ‘실패’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오전에 많이 막히니까 가급적 오후에 이동하면 좋을 수 있다’고 예보하면 오전에 가야할 분들은 이동하겠지만 그나마 여유가 있는 분들은 오후에 출발하게 되고, 전체적으로 정체가 다소 완화될 수 있죠”
김 예보관은 “예보를 하는 이유는 교통량을 분산하려는 노력”이라고 설명했다.
고속도로 교통 정보가 제공되면 귀성객들이 지정체 예상 시간대를 피하려 하게 되면서 결과적으로는 예보가 '틀려야 효과'를 본다는 게 교통예보관들의 숙명인 셈이다.
특히 최근에는 스마트폰으로 고속도로교통정보 앱을 수시로 들여다보거나 우회로까지 알려주는 네비게이션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아 교통예보에 대한 즉각적인 반응이 온다고 한다.
김 예보관은 “올해는 지난해보다 교통량이 늘었지만 추석을 전후로 대체휴일까지 포함하면 이틀간의 연휴가 있어 교통량은 대체로 분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나마 정체를 피하기 위해선, 귀성길은 “명절 전날 오후 4~5시 사이가 낫다”는 게 그가 미리 알려준 팁이다.
명절 당일 귀경길은 피하는 게 좋다는 조언도 했다.
김 예보관은 “교통량이 가장 많고 혼잡한 때가 명절 당일”이라면서 “성묘객과 나들이객까지 겹쳐 가급적 피하는 게 좋다”고 귀띔했다.
이같은 예측은 한국도로공사 도로교통연구원들이 과거 10년 동안의 명절 차량 이동 기록과 전국에 설치된 폐쇄회로TV, 요금소를 드나드는 통행량 등 실시간 정보를 바탕으로 내놓은 것이다.
다만, 교통사고 등 돌발상황이 수시로 발생할 수 있어 교통예보관들은 긴장의 끈을 놓을 수가 없다고 한다.
교통예보관들은 매 시간마다 예상소요시간 등 교통정보를 제공해야하기 때문이다.
매년 명절 때마다 교통예보를 하다 보니 어느덧 4년째 고향에 내려가질 못했다는 김 예보관.
그는 “고향으로 향하는 도로 위의 수백만대의 차량을 보면서 ‘아 나도 고향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왜 들지 않겠냐”면서도 “많은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빠르게 고향에 다녀올 수 있다면 그게 보람”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