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푸틴-포로셴코 합의 확대 해석한 배경은

"반군 대규모 반격으로 궁지, 휴전통한 협상 필요성 고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서의 영구적 휴전에 합의했다는 우크라이나 대통령 공보실의 3일(현지시간) 발표로 큰 혼란이 빚어졌다.

결국 우크라이나 대통령 공보실의 발표는 이날 이루어진 푸틴과 포로셴코 대통령 간 전화통화 내용을 확대해석한 것으로 판명됐다.

공보실은 당초 푸틴과 포로셴코 대통령의 전화통화가 끝난 뒤 "두 정상이 돈바스(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루간스크)지역에서의 영구적 휴전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서방 언론은 곧바로 이 발표를 긴급 기사로 내보냈다.

하지만 곧이어 크렘린궁이 우크라이나 측의 발표를 반박하고 나서면서 영구 휴전 합의 발표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 공보비서(공보수석)는 "푸틴과 포로셴코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동남부 지역 의용대(반군) 간 휴전을 촉진할 방안에 대해 논의했지만 휴전 합의는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러시아는 분쟁의 주체가 아니기 때문에 물리적으로 휴전에 합의할 수 없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이에 우크라이나 대통령 공보실도 수정된 보도문을 내고 "(푸틴과 포로셴코 대통령 간) 전화통화 결과 돈바스 지역에서의 휴전 체제(regime)에 대한 합의가 이뤄졌다"며 "평화 정착을 촉진하기 위한 행보에 대해 상호 이해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두 정상이 정부군과 반군 간 휴전 필요성에 공감하고 평화 정착을 위한 행보들을 취해나가자는 데 합의했다는 설명이었다.


혼란을 야기한 우크라이나 측의 당초 발표는 자국의 기대를 반영한 확대해석이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 정부군은 최근 러시아의 대규모 지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분리주의 반군이 대대적 반격을 취하면서 궁지에 몰린 상황이었다. 우크라이나 내부에서도 정부군의 잇따른 패전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었다.

우크라이나가 정부군의 전열을 정비할 시간을 얻고 내부 비판의 화살을 피하기 위해 휴전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었다.

영구휴전 합의는 아니지만 어쨌든 반군의 최대 지원 세력인 러시아와 반군 진압 작전 고수를 표명해온 우크라이나가 휴전을 촉진하기 위한 행보들을 취해 나가기로 합의한 것은 향후 평화 협상에 대한 기대를 키우게 하는 대목이다.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영토 진입 주장을 둘러싸고 전면전 직전의 위험스런 대결로 치닫던 양측이 협상을 통한 사태 해결에 합의한 것은 긴장 완화를 위한 의미 있는 진전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날 양국 정상의 합의가 실제로 정부군과 분리주의 반군 간 휴전과 평화협상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친러시아 분리주의 반군은 현재 동부 도네츠크와 루간스크주에서 대대적 반격에 나서는 한편 동남부 전략 도시 마리우폴로 진격을 계속하고 있다. 러시아 정규군이 이들을 지원하고 있다는 주장이 끊이지 않고 있다. 반군 주요 지도부는 동부 지역의 완전한 독립을 주장하며 우크라이나의 일원으로 남는 협상을 거부하겠다는 방침을 밝혀왔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반군을 테러리스트로 규정하고 이들에 대한 진압 작전을 강행하면서 협상 상대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이 같은 우크라이나 정부와 반군의 입장에 근본적 변화가 생긴 징후는 아직 없다.

지난 6월 한시적 휴전 합의가 그랬듯 휴전 조건에 대한 구체적 협상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쌍방의 입장이 엇갈리면서 협상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 사태는 우크라이나의 내부 문제로 당사자인 정부와 반군이 대화를 통해 풀어야 한다고 강조해온 러시아는 휴전 협상이 자신들의 의도대로 진행되지 않을 경우 '협상을 지원하려 했으나 당사자들의 이견으로 실패했다'는 식으로 언제든 빠져나갈 수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두 정상 간 합의가 우크라이나 사태의 평화적 해결에 대한 기대를 키웠지만 구체적 성과를 바라기는 아직 이르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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