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LG-두산의 '잠실 라이벌' 대결. LG가 5-0으로 앞선 7회초 1사 1루. 무실점 역투하던 LG 선발 류제국은 강상수 투수코치가 마운드로 올라오자 알 듯 말 듯 미묘한 웃음을 지었다.
이후 강 코치와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눈 류제국은 팬들의 박수 속에 마운드를 내려왔다. 과연 그 웃음의 의미는 무엇이었을까.
이날 LG의 5-1 승리로 7승째(6패)를 따낸 류제국은 경기 후 더그아웃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그 웃음의 진의를 귀띔했다. 한 마디로 사소한 오해 때문이었다는 것.
류제국은 7회 선두 타자 호르헤 칸투에게 좌중간 안타를 맞았다. 5점 리드가 있었지만 무사 1루, 자칫 실점으로 연결될 만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류제국은 5번 타자 홍성흔은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한 고비를 넘겼다.
이후 LG 더그아웃에서는 류제국에게 사인을 보냈다. 중계 화면 상에서 양상문 감독은 손가락으로 숫자 1과 3을 가리켰다. 투구수가 103개에 이르렀다는 뜻이었다. 교체에 대한 의중을 물은 것.
이후 양 감독은 강상수 투수코치에게 마운드로 올라가라는 지시를 내렸다. 이에 류제국이 다소 어이가 없다는 듯 웃음을 지은 것이다.
이어 "다음 타자 양의지에도 강하고 해서 고개를 끄덕였다"면서 "그런데 코치님이 올라오시길래 '뭐지?'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사인 해석 과정에서 오해가 있었던 것을 알고 다소 어이가 없어 웃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잘된 선택이었다. 당시 류제국의 투구수는 103개였다. 일반적인 선발 투수의 한계에 이르렀다. 류제국은 "무리하게 욕심을 냈다가 결과가 좋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이날 류제국의 개인적인 목표는 5이닝 투구였다. 밤이 길면 꿈도 많은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