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도적 무력을 동원해 50일간에 걸쳐 공세를 퍼부었음에도 '하마스 무장해제'라는 애초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채 어정쩡하게 휴전에 합의해 버렸다는 것이다.
이스라엘 역시 하마스와 마찬가지로 표면적으로는 승리를 주장하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27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하마스는 강타당했고 휴전 협상에서도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거센 후폭풍에 직면해 있다.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외교안보 내각의 절반 이상이 반대의 뜻을 표했는데도 표결이나 토론 없이 휴전을 강행했다.
장관들은 휴전 논의 과정을 제대로 고지받지 못하다 휴전 발표 당일인 26일에야 총리 측 전화를 받고 합의 사실을 알게됐다.
당시 나프탈리 베넷 경제장관과 아비그도르 리버만 외무장관, 이츠하크 아하로노비츠 치안장관, 길라드 에르단 통신장관 등 외교안보 내각의 절반 이상이 휴전에 반대해 표결에 부쳐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지만 네타냐후는 이미 내각이 자신에게 최종 결정권을 부여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그대로 휴전이 발효되면서 강경파인 우지 란다우 관광장관이 "이스라엘이 어떤 대가를 치르게 돼도 조용히 받아들이는 것처럼 보이게 됐다"며 네타냐후 총리를 공격하는 등 불만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메레츠당을 이끄는 자하바 갈온도 "네타냐후 총리는 목적도 없이 전쟁에 임했고 하마스에 엄청난 성과를 안겨주며 전쟁을 끝냈다"면서 "총리의 전략적 실패"라고 비난했다.
여론의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이스라엘의 유명 칼럼니스트 나훔 바르네아는 "이스라엘인은 자신이 무엇을 성취하고 싶은지 알고 있고 대중과의 진정한 대화 속에 결정을 내리는 지도자를 기대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네타냐후의 주장처럼 이번 교전에서 이겼다고 보는 이스라엘 주민은 4명 중 1명 정도에 불과했다. 하레츠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54%는 승자가 없다고 답했고 16%는 하마스가 승자라고 봤다.
50일간의 교전을 거치며 네타냐후 총리의 지지도도 급락했다. 예루살렘포스트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82%에 달했던 총리 지지도는 지난주 55%에 이어 휴전 합의 하루 전인 25일 38%로 곤두박질 쳤고 27일에는 32%까지 떨어졌다.
교전 기간에 하마스의 로켓 공격을 피해 집을 떠났던 이스라엘 남부 주민 사이에 특히 불만이 심하다.
이들은 이번 휴전으로 하마스의 공격 중단이 보장되지 않을 것이라면서 근본적 문제 해결을 원하고 있다고 AP통신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