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발표된 정부 방침의 골자는 퇴직연금의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개별기업이 퇴직연금 펀드를 조성할 수 있도록 하고, 위험자산(주식, 펀드)의 보유한도를 40%에서 70%로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것이다.
기금형 퇴직연금의 경우 개별기업이 기금운용의 주된 결정 권한을 갖게된다. 개별기업 펀드가 조성되면, 기업 내 사내기금 운용위가 상황에 따라 운용방식을 결정하는 식이다. 운용방식의 원리는 '높은 수익률'이 될 수밖에 없고, 정부도 이 길을 터주기 위해 위험자산의 보유한도를 높여줬다.
여기서 우려되는 대목은 노후생활을 보장하는 퇴직연금 운용의 최우선순위가 '안정성'보다 '수익성'일 될 수 있냐는 것이다. 지금까지 퇴직연금의 90% 이상이 원금보장형 상품에 투자돼 왔던 것도, 안정성에 비중을 둬왔기 때문이다. 최악의 경우 기금이 파산하면 연금을 아예 못 받을 수도 있다. 2012년 일본 AIJ 사례가 대표적이다.
기본적으로 안정성보다 수익률을 강조하는 정부의 태도는 퇴직연금을 하나의 경제활성화 수단으로 보고 있어 가능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한국노총은 "퇴직 후 노후생활 자금인 퇴직연금을 사적연금 활성화와 퇴직연금 수익률 제고라는 미명 하에 퇴직 후 생활안정이라는 목표를 저버렸다"고 밝혔다. 노후생활 안정이 정부 목표라면, 공적연금이 강화되면서 사적연금이 활성화될텐데, 정책 방향은 공적연금 축소 쪽이기 때문이다. 현재 40년 가입기준 47%에 불과한 국민연금 급여는 매년 0.5%씩 자동 삭감돼 2028년에는 40%까지 낮아질 예정이다.
공적연금이 저임금 노동자와 저소득층에 상대적으로 유리하다는 것을 감안하면, 사적연금은 소득계층별 양극화 현상을 강화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퇴직연금은 300인 이상 사업장은 75%가 가입한 반면 10인 미만 사업장은 11%에 불과하다. 민주노총은 "공적연금 축소와 사적연금 강화라는 정책기조가 변경되지 않는다면 '안정적이고 여유로운 노후생활'은 고사하고 기본적인 노후생활을 보장하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