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에 안정성보다 수익성?…퇴직연금 논란

공적연금은 줄이면서…정부, 노후생활 안정화 의지 의문

정부가 27일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을 추진한다는 방침을 밝힌데 대해 퇴직연금이 노후생활 보장이 아닌 자본시장 활성화의 도구로 전락할 우려가 제기된다. 해당 정책이 노동자들의 자산을 바탕으로 금융기업의 이익만 증대시킨다는 것이다.

이날 발표된 정부 방침의 골자는 퇴직연금의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개별기업이 퇴직연금 펀드를 조성할 수 있도록 하고, 위험자산(주식, 펀드)의 보유한도를 40%에서 70%로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것이다.

기금형 퇴직연금의 경우 개별기업이 기금운용의 주된 결정 권한을 갖게된다. 개별기업 펀드가 조성되면, 기업 내 사내기금 운용위가 상황에 따라 운용방식을 결정하는 식이다. 운용방식의 원리는 '높은 수익률'이 될 수밖에 없고, 정부도 이 길을 터주기 위해 위험자산의 보유한도를 높여줬다.

여기서 우려되는 대목은 노후생활을 보장하는 퇴직연금 운용의 최우선순위가 '안정성'보다 '수익성'일 될 수 있냐는 것이다. 지금까지 퇴직연금의 90% 이상이 원금보장형 상품에 투자돼 왔던 것도, 안정성에 비중을 둬왔기 때문이다. 최악의 경우 기금이 파산하면 연금을 아예 못 받을 수도 있다. 2012년 일본 AIJ 사례가 대표적이다.

기본적으로 안정성보다 수익률을 강조하는 정부의 태도는 퇴직연금을 하나의 경제활성화 수단으로 보고 있어 가능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한국노총은 "퇴직 후 노후생활 자금인 퇴직연금을 사적연금 활성화와 퇴직연금 수익률 제고라는 미명 하에 퇴직 후 생활안정이라는 목표를 저버렸다"고 밝혔다. 노후생활 안정이 정부 목표라면, 공적연금이 강화되면서 사적연금이 활성화될텐데, 정책 방향은 공적연금 축소 쪽이기 때문이다. 현재 40년 가입기준 47%에 불과한 국민연금 급여는 매년 0.5%씩 자동 삭감돼 2028년에는 40%까지 낮아질 예정이다.

공적연금이 저임금 노동자와 저소득층에 상대적으로 유리하다는 것을 감안하면, 사적연금은 소득계층별 양극화 현상을 강화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퇴직연금은 300인 이상 사업장은 75%가 가입한 반면 10인 미만 사업장은 11%에 불과하다. 민주노총은 "공적연금 축소와 사적연금 강화라는 정책기조가 변경되지 않는다면 '안정적이고 여유로운 노후생활'은 고사하고 기본적인 노후생활을 보장하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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