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연금 청구 거부 당하는 유전질환 장애인들

[화제의 공익법 판결] 유전질환으로 장애가 발생한 경우 장애연금을 받을 수 있을까?

국민연금 가입자는 장애가 발생하면 장애연금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원칙적으로 국민연금 가입 중에 장애의 원인이 된 질병이 발생하였어야 한다. 어려서부터 유전질환이 내재해 있었고 그로 인해 성인이 된 후 장애가 발생했다면 장애연금을 받을 수 있을까?

망막색소변성증의 질환을 가진 A씨


A씨는 망막색소변성증이라는 유전질환을 보유하고 있었다. 망막색소변성증이란 유전질환으로서 10세 전후로 야맹증이 나타나고, 수십년에 걸쳐 서서히 주변시야의 손실이 생겨 결국 실명에 이르게 되는 질병이다.

(이미지=노컷뉴스 포토뱅크)
10년 넘게 지게차 운전일을 하며 가계를 꾸려오던 A씨는 2007년 갑자기 눈이 잘 안 보이며 시력이 나빠짐을 느꼈다. 불안한 A씨는 안과를 찾았고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 시야협착 증세가 심해져 곧 실명을 할지도 모른다는 말이었다.

A씨는 장애3급 판정을 받았고, 국민연금공단에 장애연금 지급청구를 하였다. 그러나 국민연금공단은 이를 거부했다. A씨의 질병이 국민연금 발생기간 중 발생한 것이 아니고 유전질환으로서 그 전부터 질환이 있었다고 보아야 한다는 이유로 장애연금 수급권자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는 결정을 한 것이다.

A씨가 20세 경인 88년 병무청 신체검사시 군면제를 받은 적이 있는데 이 사실이 문제가 되었다. A씨는 망막색소변성증으로 군면제를 받은 바 있지만, 이는 유전질환이 내재되어 있기 때문이었고 그 당시 시력은 양쪽 모두 0.4였다. 게다가 88년에 2종면허, 95년에 1종면허, 97년 지게차 운전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또한, 89년부터 여러 직장에서 정상적인 직장생활을 해왔으며, 직장생활을 하는 동안 단 한 번도 안과진료를 받은 적이 없었다.

어려서부터의 유전질환, 성인이 된 후의 장애발생

유전질환을 보유하고 있었고, 성인이 된 후 급격히 나빠져 장애가 생겼다면 어느 시점에 질병이 발생한 것으로 보아야할까? 유전질환이 발생한 시점일까 아니면 급격히 건강이 악화된 시점으로 보아야할까? A씨는 결국 국민연금공단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였고, 법원은 이에 화답하였다.

법원은 "유전적인 망막색소변성증을 갖고 있던 사람이 국민연금 가입 당시에 망막색소변성증이 어느 정도 진행되었다고 하더라도 객관적·의학적으로 판단할 때 시력저하와 시야협착이 급격히 진행됨을 느끼기 시작한 2007년 경에 사건 상병이 발생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면서 A씨가 국민연금 가입 기간 중인 2007년 시야가 급격히 나빠졌기 때문에 이 때 장애의 원인이 된 질병이 발생했다고 보아 A씨의 편을 들어주었다.

국민연금법은 장애연금을 받을 수 있는 자에 대하여 ‘가입 중에 생긴 질병·부상으로 장애가 있는 자’ 또는 ‘당해 질병의 초진일이 가입 중에 있는 경우로서 가입자가 가입 당시 발병 사실을 알지 못한 자’를 들고 있다. 이러한 규정을 둔 이유는 장애를 초래할 수 있는 질병을 가졌음을 알고 장애연금을 받기 위하여 고의적으로 국민연금에 가입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법원의 판결이 있었음에도 유전질환을 가진 국민연금 가입자 중 장애연금 지급 청구시 거부당하는 사례들을 가끔 접한다.

장애의 원인 자체 즉 유전질환 자체를 장애의 원인으로 본다면 유전질환을 가진 국민연금 가입자의 경우 출생과 동시에 질병이 발생한 경우에 해당하여 일체 장애연금을 받지 못하게 될 것이고, 이는 국민의 노령․장애 또는 사망에 대하여 연금급여를 실시함으로써 국민의 생활 안정과 복지 증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하는 국민연금법의 입법목적에 위배될 것이다.

더욱이 국민연금의 대다수의 가입자의 경우 취업을 함으로써 국민연금법에 의해 가입이 당연히 이루어진다는 점, 가입자와 가입제외자 간의 형평성 문제가 계속 제기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장애연금 수급권자의 요건을 엄격히 해석하는 일은 자제되어야 하지 않을까. 엄격한 해석을 벗어나 힘들게 소송을 거치지 않아도 되는 날을 기대해본다.

※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는 복지소외계층의 권리행사를 돕고, 다양하고 실질적인 법률구제의 토대를 만들어가고자 합니다. (문의 1644-0120)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