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NSA, 구글 본뜬 감시 검색엔진 만들어 정부기관과 공유

미국 국가안보국(NSA)이 세계 최대 온라인 검색 사이트 구글을 본떠 자체 검색엔진을 만든 뒤 이곳에서 생성된 정보를 23개 미국 정부기관에 비밀리에 제공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유선 및 휴대전화 통화 내용, 전자메일 송수신 내용, 문자메시지, 위치 추적 등을 망라해 NSA의 검색 엔진에서 다루는 자료는 무려 8천500억건에 달한다.

독립 언론매체인 인터셉트는 구글과 흡사한 모양을 띤 NSA의 검색 엔진 'ICREACH'를 25일(현지시간) 폭로했다.

IC는 정보기관의 모임인 'Intelligence Community'의 앞글자를 딴 것이고, '리치'(Reach)는 "∼에 닿다"라는 뜻의 동사다.


인터셉트는 NSA의 무차별 개인정보 수집실태를 폭로한 뒤 현재 러시아에서 체류 중인 전 정보요원 에드워드 스노든(31)에게서 받은 자료에서 ICREACH의 존재를 알게 됐다고 소개했다.

인터셉트가 그래프를 통해 비교한 정보 자료 8천500억건은 어마어마한 수다.

지구촌에 사는 인류를 70억명, 구글의 한 달 검색건수를 1천억건, 맥도날드에서 지금껏 팔린 햄버거 개수를 3천억개, 은하계에 떠있는 별을 4천억개로 추산한다면 ICREACH가 수집한 8천500억건 이상의 방대한 정보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2007년 테스트를 거쳐 현재 운용 중인 ICREACH에서 떠돌아다니는 자료 중에는 외국인들의 사적 대화는 물론 범죄와 무관한 미국 시민의 개인 자료가 포함돼 다시 한 번 무고한 시민을 감시하는 '빅 브라더' 논란이 가열될 것으로 예상된다.

ICREACH에 접속할 수 있는 이는 미국 중앙정보부(CIA), 연방수사국(FBI), 마약단속국(DEA), 국방부 산하 국방정보국(DIA) 등 23개 기관에 소속된 약 1천명 이상의 분석 요원이다.

NSA는 2007년 12월 일급 기밀 메모에서 'ICREACH는 미국 정보기관 사이에서 통용되는 메타데이터(유형별로 분류된 2차 정보)의 대량 공유를 가능케 한 첫 사례'라며 정보 검색의 '원스톱 쇼핑'을 이끈 검색엔진에 자부심을 나타냈다.

정보 분석가들은 ICREACH에 범죄 용의자의 전자메일 주소나 전화번호를 치면 그의 이용 명세를 한눈에 알아보고 용의자 주변 인물에 대한 정보도 얻을 수 있다.

ICREACH의 연간 운용 예산은 250만∼450만 달러에 달한다.

미국에 대한 잠재적인 위협을 미리 감지하고 새로운 수사 트렌드를 추구하기 위해 ICREACH가 도입됐으나 수사 또는 범죄와 필요없는 자료마저 국가 정보기관끼리 공유하는 행위를 두고 우려가 일고 있다.

연방 치안판사 출신의 브라이언 오슬리 교수는 인터셉트와의 인터뷰에서 "FBI, DEA와 같은 전통적인 국내 수사기관마저 NSA의 감시 정보를 이용하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고 말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정부 기관이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필요한 정보라면 사법당국의 허가를 받아 다른 정보기관에 요청하면 되는 일"이라며 정보의 무차별적인 유통에 반감을 나타냈다.

정보 수집과 국가 안보라는 그럴싸한 이유로 허락 없이 범죄와 무관한 시민의 사생활을 침해하는 행위에 대한 비판도 거세게 일 조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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