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대해 국방부는 "유족들과 협의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만들려는 것일 뿐 강제 화장은 아니다"라고 밝히고 있지만 행정편의적인 발상으로 논란을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국회 국방위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김광진 의원은 이날 국방부가 3년 이상 인수하지 않은 군인 시신을 유족 동의없이 강제 화장시키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국방부는 육군 차원에서 '장기 미인수 영현 처리 계획'을 세워 3단계의 절차를 거친 후 최종적으로는 유족 동의 여부와 상관없이 3년 이상 인수 거부된 군인 시신을 모두 '강제 화장' 처리하는 법령 개정을 목표로 '영현 처리 TF팀'을 운영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현재 우리나라 군 병원 냉동고에는 모두 18구의 군인 시신이 최장 15년 넘도록 보관돼 있다. 이들은 국방부 조사 결과 모두 자살로 처리됐지만 유족들은 "군 당국의 자살 결론에 대해 동의할 수 없다"며 시신 인수를 거부하고 있다.
이같은 주장에 대해 국방부는 이날 오후 입장자료를 내고 "국방부는 군병원에 장기간 안치되어 있는 시신의 경우 군병원에서의 관심과 관리에도 불구하고 부패되어 보존하는 데 어려움이 있고 장기간 장례도 못 치른 상태에서 냉동보관에 대한 인도적인 아픔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그동안 유족들과 시신 처리와 관련해 협의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었는데 이번에 그걸 만들자는 것"이라며 "유족들과 협의를 하겠다는 것이지 강제로 화장을 하겠다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다시말해 인수가 거부된 시신의 경우 현재는 유족의 동의없이 화장이 불가능하지만 법을 개정하면 3년이 지난 뒤 유족들과 협의 하에 화장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겠다는 것이다.
국방부는 유족들과 협의해 동의하지 않는데 어떻게 강제로 화장을 할 수 있겠냐고 항변하고 있지만 반대로 유족들 입장에서는 시신 처리 문제에 동의하지 않으면 강제로 화장할 수 있다는 압박의 수단이 될 수 있는 셈이다.
관련해 국방부는 TF팀이 단순히 시신 처리 문제에 초점을 맞춰 운용되는 것이 아니라 순직이 인정될 수 있는 기준을 완화해 처음부터 장기 미인수 시신이 발생하지 않도록하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해명하고 있다.
실제로 TF팀은 국가가 공무상 연관 없다고 입증하지 못하면 자해사망자의 경우도 순직으로 인정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등 순직 인정 요건 완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와 별도로 국방부 보건정책과 역시 사망구분 재심사를 각 군이 아닌 국방부가 맡도록하고 심사위원도 외부전문가가 과반이 참석하도록하는 전공사상자 처리 훈련 개정을 이번달 말까지 추진할 계획이다.
이 훈령 개정안에는 유가족 및 민원인이 직접 재심사를 요청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하고 질병에 대한 공무연관성 판단시 의학적 판단요건을 완화하는 내용 등도 포함돼 있다.
자해 사망자의 경우 순직으로 인정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 군의 오랜 관행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를 개선하기 위해 나름의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는 것은 의미있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족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은채 '강제 화장' 방안을 이같은 개선책에 슬쩍 끼워넣은 것은 국정감사 등에서 단골메뉴로 등장하는 장기 미인수 영현 처리 문제를 손쉽게 해결하려는 꼼수라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