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지검장은 사건 당일인 지난 12일 밤 관사를 나와 제주 중심도로를 따라 산책을 하고 돌아오던 길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남쪽인 한라산 방향으로 가는 길이 오르막길이라 힘들고 땀이 나서 휴대전화를 확인하려고 문제의 식당 앞 테이블에 앉았다.
마침 옆 자리에 어떤 남성이 앉아 있었고 김 지검장이 오자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사라졌다고 말했다.
김 지검장은 휴대전화를 확인한 뒤 1분이 채 안돼 자리에서 일어났고 관사로 가기 위해 코너를 돌 때 순찰차 헤드라이트 불빛이 자신을 비추더니 경찰관 2명이 내려 자신을 붙잡았다고 주장했다.
만약 이 같은 주장이 사실이라면 김 지검장이 분식점 앞 테이블에 도착하자마자 자리를 뜬 남성이 음란행위를 한 범인일 가능성이 크다.
여고생이 음란행위를 목격하고 112에 신고한 시각은 11시 58분, 신고를 받은 경찰은 10분 후인 13일 0시 8분에 도착한 것으로 나타났다.
10분 사이에 산책을 하던 김 지검장이 테이블에 앉았고 어떤 한 남성이 자리를 떴다는 얘기가 된다.
경찰은 분식점 앞 테이블에 앉았던 김 지검장이 순찰차가 다가가자 자리를 뜨면서 빠르게 옆 골목길로 10여m 이동하는 것을 보고 도주하는 것으로 판단, 남성을 붙잡았다.
당시 현장에는 겁을 먹은 여고생 A양이 전화를 걸어 나오게 된 A양의 이모와 이모부가 있었으며 경찰과 지검장 사이에 승강이가 벌어지고 있었다.
경찰은 당시 A양에게 음란 행위를 한 사람이 맞는지 순찰차에 갇힌 김 지검장의 얼굴에 랜턴을 비춰 얼굴 확인을 시켰고, "녹색 티와 하얀 바지, 머리가 벗겨진 점 등을 보니 비슷한 것 같다"는 대답을 듣고 그를 연행했다. 이때가 13일 0시 45분이었다.
현장 CCTV를 분석중인 경찰은 여고생이 신고한 시각을 전후해 김 지검장 외에 다른 남성이 있었는지를 묻는 질문에 명확히 답하지 않고 있다.
만약 CCTV에 다른 남성이 등장한다면 김 지검장의 진술은 사실이 될 가능성이 높지만 다른 남성이 없었다면 진술은 사실과 다를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
이미 김 지검장은 경찰 조사를 받던 도중 거짓 진술을 했다.
인적사항을 묻는 경찰의 질문에 김 지검장은 동생의 이름을 댔고 8시간 동안 유치장에 갇혀 있다 풀려났다. 잘못한 일이 없다면 당당히 검사장의 신분을 밝히고 착오였다고 주장했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생길 수 밖에 없는 대목이다.
경찰은 이번 사건이 '검경 갈등'으로 비화되지 않을까 우려해 극도로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 국과수의 폐쇄회로(CC) TV 분석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화면에 담긴 내용에 대해선 답변을 일절 금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김 검사장의 주장과 달리 현장 부근에서 검사장과 옷차림이 비슷한 다른 사람은 없었던 것으로 잠정 파악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돌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CCTV 내용에 대한 여러 보도가 나오고 있지만 경찰의 공식적인 발표가 아니다"라며 "국과수 분석 결과가 나오는 대로 관련 내용을 정리해 발표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