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 방한의 절정을 이룬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 시복미사에서 교황은 "그리스도인이 사회 속의 빛과 소금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오전 10시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미사는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를 복자로 선포한 시복 미사다.
시복(諡福)이란 덕행이나 순교로 신앙에 모범을 보인 인물을 가톨릭 교회가 공경할 복자로 교황이 선포하는 일로 남자는 복자, 여자는 복녀라고 한다.
보통 시복 의식은 바티칸 교황청의 담당 추기경이 교황을 대리해 거행해왔지만, 이번에는 이례적으로 교황이 순교자의 땅을 찾아 직접 시복미사를 거행했다.
이날 교황은 "무엇이 우리를 그리스도의 사랑에서 갈라놓을 수 있겠습니까?"라는 로마서 8장 35절 구절로 강론을 시작한 뒤, 시복된 이들의 순교가 "하느님 사랑의 힘에 대한 그들의 증언"이라며 "오늘날 한국 땅에서, 교회 안에서 계속 열매를 맺는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의 시복을 축하하며 "이제 그분들의 이름은 성(聖)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와 성(聖)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의 이름 옆에 나란히 함께 놓이게 되었다"고 말했다.
아울러 "죽음도, 삶도, 천사도, 권세도, 현재의 것도, 미래의 것도, 권능도, 저 높은 곳도, 저 깊은 곳도, 그 밖의 어떠한 피조물도 우리 주 그리스도 예수님에게서 드러난 하느님의 사랑에서 우리를 떼어 놓을 수 없습니다"는 로마서 8장 38~39절을 인용하며 순교를 통해 하느님께 '위대한 승리'를 선사받았다고 선포했다.
이를 토대로 일반 신자들에게 "우리는 신앙을 양보해 타협하고, 복음의 근원적 요구를 희석시키며, 시대정신에 순응하라는 요구를 받는다"며 "순교자들은 우리 자신이 과연 무엇을 위해 죽을 각오가 되어 있는지, 그런 것이 과연 있는지를 생각하도록 우리에게 도전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순교에서 얻을 수 있는 가르침에 대해 "하느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라는 이중 계명을 분리하는 데 대한 그들의 거부"라며 "그들은 형제들의 필요에 지대한 관심을 기울였다"고 설명했다.
곧 교황은 "막대한 부요(富饒) 곁에서 매우 비참한 가난이 소리 없이 자라나고 가난한 사람들의 울부짖음이 좀처럼 주목받지 못하는 사회들 안에 살고 있다"며 "그리스도께서는 우리가 어려움에 처한 형제자매들에게 뻗치는 도움의 손길로써 당신을 사랑하고 섬기라고 요구하신다"며 그리스도인의 사회참여를 촉구했다.
이와 함께 "순교자들의 유산은 선의를 지닌 모든 형제자매들이 더욱 정의롭고 자유로우며 화해를 이루는 사회를 위해 서로 화합하여 일하도록 영감(靈感)을 불어넣을 수 있다"며 "이 나라와 온 세계에서 평화를 위해, 그리고 진정한 인간 가치를 수호하기 위해 이바지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