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차량행렬의 우크라이나 입국 여부와 최종 행선지, 이동 경로 등에 대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국제적십자위원회 등이 합의를 보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서로 간에 설전만 거세지고 있다.
애초 13일 오후(현지시간) 러시아 서부 벨고로드주를 통해 우크라이나 하리코프주의 국경검문소에 도착할 예정이던 차량행렬은 이동 경로를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하리코프주 주지사 이고리 발루타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구호물자 행렬이 하리코프주의 국경을 통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BBC 방송 러시아어 인터넷판은 14일 러시아 서남부 도시 보로네슈 인근 군용 비행장에서 밤을 새운 차량행렬이 이날 오전 남쪽으로 이동을 재개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비상사태부 관계자는 BBC 방송에 차량행렬이 러시아 서남부 로스토프주를 지나 인근 우크라이나 루간스크주의 '이즈바리노' 국경검문소 통과를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이즈바리노는 보로네슈에서 남쪽 방향으로 약 450km 떨어져 있다.
루간스크에선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친러시아 분리주의 반군 간 교전이 계속되고 있다.
국제적십자위원회는 러시아 구호물자 차량행렬의 이동을 통제하고 있지 않다며 행렬이 어디로 이동하고 있는지 모른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국가안보국방위원회 대변인 안드레이 리센코는 차량행렬이 국제적십자위원회에 물자를 전달하지 않고 우크라이나 진입을 시도할 경우 공격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우크라이나 인터넷 뉴스통신 '뉴스루'가 전했다.
리센코는 "(러시아) 군대를 포함하거나 군대의 호위를 받으면서 국제적십자위원회의 통제를 받지 않는 차량행렬은 공격 세력으로 간주해 합당한 대응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나 국제적십자위원회와의 조율 없이 자체 경비 병력을 동원해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을 경우 행렬을 공격하겠다는 경고였다.
필립 브리드러브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군 사령관 겸 유럽주둔 미군사령관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인도주의 지원은 국제적십자위원회에 의해 이루어져야 하며 그렇지 않은 지원 활동은 우크라이나 주권에 대한 침해로 간주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군과 반군 간 교전으로 심각한 재난에 직면한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 주민들에게 전달할 식량과 식수, 의료용품 등 약 2천t의 구호물자를 실은 287대의 러시아제 카마즈 트럭으로 구성된 차량 행렬은 12일 이른 아침 모스크바 근교를 출발했다.
우크라이나와 서방은 구호물자를 실었다는 트럭에 반군을 위한 무기가 실렸거나 차량행렬과 함께 이동하는 인원 중에도 군 요원들이 포함됐을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또 러시아가 구호물자 차량행렬 보호를 명분으로 자국 군대 동행을 요구하거나 우크라이나에 들어온 차량행렬이 어떤 세력으로부터든 공격을 받을 경우 이를 핑계로 무력 개입에 나설 것이란 의구심을 버리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국제적십자사가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구호물자를 넘겨받아 자체적으로 운송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러시아는 애초 구호물자 수용에 합의했던 우크라이나가 여러 이유를 대며 억지를 부리고 있다면서 인도주의 지원을 군사개입 명분으로 이용할 것이란 지적은 말도 안 되는 헛소리라고 반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