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북한에 이산가족 상봉문제 등을 논의하기 위한 고위급접촉을 제의한 것은 제안 날짜나 형식만 유동적이었을 뿐 충분히 예견된 일이었다.
지난 2월말 설 계기 이산가족 상봉 이후 남북 간에 이렇다 할 접촉이 없는 상태에서 추석보다 20일 앞선 8.15를 계기로 한 이산가족 상봉 제안은 우리 측이 손쉽게 건넬 수 있는 대북 카드로 여겨져 왔다.
회담 형식으로 고위급접촉을 제안한 것은 3월 초에 박 대통령의 지시로 이산가족상봉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남북적십자실무접촉을 제안했지만 북한이 "중대한 인도적 문제들은 남북적십자간 협의로 해결될 성격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거절했던 전례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1주년을 맞아 발표한 성명에서 통일준비위원회를 제안하고 지난 7일 1차 전체회의를 연 것도 남북고위급 접촉 필요성을 높이는 부분이다.
정부가 이산가족 상봉 등 관심사항을 논의하자면서 고위급접촉을 제안함에 따라 오는 15일 박 대통령의 8.15 경축사에서 고위급 접촉에 논의할 수 있는 의제를 구체적으로 제시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북·중 사이가 벌어진 상황에서 급속히 진전되고 있는 북·일간 교섭을 견제하고 한반도 문제의 주도권을 행사하기 위해 낮은 수준의 5.24조치 해제 등의 카드도 고려해 볼 만하다.
북한이 바라는 것도 5.24조치 해제와 금강산관광재개다. 북한은 지난 3월 우리측이 제안한 적십자실무접촉을 거부하면서 고위급접촉을 통해 금강산 관광과 5.24조치 해제, 대북지원 문제 등을 논의하자는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북한이 통준위 1차회의 이후 박 대통령의 드레스덴 구상을 다시 한번 비난했지만 청와대 김규현 국가안보실 1차장이 대표로 참여하는 고위급접촉 제안을 거부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북한이 우리측 제의를 받아들여 회담이 성사된다 해도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고비가 많다.
하지만 결국은 북한이 우리측의 제안을 받아들여 접촉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동국대 북한학과 김용현 교수는 "교황 방한 직후, 아시안게임 직전이어서 남북관계에 소극적으로 나온다는 부담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북한이 접촉에 응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접촉과정에서 이산가족 문제나 금강산관광 문제 등 넘어야 할 산이 많은데 양측이 얼마나 유연성을 발휘하느냐에 따라 성과가 좌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