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민이 아빠는 29일째 단식 중입니다.
저 역시 22일간 단식을 한 후 다시 닷새 째 물도 소금도 안 먹는 단식 중입니다.
그리고 우리 희생자 가족들은 118일 째 아빠 구실, 엄마 구실 못하며 억지로 생명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오로지 세월호 참사의 원인과 진상을 규명하고 근본적이고 지속적인 대책을 마련해 안전한 사회를 만들겠다는 목적 하나로 버티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저희의 목적을 이해하지 못하는 분들이 이렇게 말하곤 합니다. "이미 자식들 다 죽었는데 진상규명이니 안전한 나라니 하는 게 무슨 소용이냐? 보상이나 실컷 받으면 되지. 그래도 그 집 자식은 죽어서 효도했네."라고 합니다.
자기 자식을 돈과 바꿀 수 있는 패륜부모 아니면 할 수 없는 말입니다.
저희 가족들이 정말 하고 싶은 것은 '잘' 죽는 것입니다. 당장 만나러 가고 싶어도 그러지 못하는 이유는 여전히 우리는 아들딸들이 외로움과 공포 속에서 죽어갔던 그 현장을 지켜보기만 했던 죄인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려면 참사의 원인과 진상을 알아야 합니다. 아니, 알아내야 합니다. 어느 누구도 알려주지도 않고 오히려 숨기고 속이기에 급급하기 때문에 우리는 더더욱 알아내야 합니다.
벌써부터 이러한 노력을 두고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원래 그런 나라라고 말 하기도합니다.
국민들, 학자들 심지어 정치인들 가운데서도 일부가 이런 체념조의 말을 할 때마다 저희 유가족들의 걸음은 천근만근이 됩니다.
무엇보다도 제대로 된 특별법의 제정만이 이 길고도 힘겨운 싸움의 끝을 재촉할 수 있습니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은 그 취지에서 알 수 있듯이 유가족만을 위한 법이 아닙니다. 진상규명을 통한 재발방지 대책의 수립이 최종적인 목적입니다.
돈이 아닌 이 사회의 변화를 통해, 억울하게 스러져간 304명의 죽음을 의로운 죽음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오랫동안 이 사회에 만연해있는 사회의 부조리 앞에 그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적극적으로 불의를 저질러온 이들이나, 이를 알고도 모른척한 이들이나, 심지어 알려고 하지 않았던 이들조차 모두 공범입니다.
이 사회의 문제를 알고 있었으나 침묵했던 학자들도 고해성사하는 심정으로 제대로 된 특별법의 제정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일부 학자들과 정치인들은 과거에 발목이 잡힌 채 미래로 나아가기를 꺼려하고 있습니다.
꺼려할 뿐 아니라 온 국민의 변화의 열정을 과거에 묶어 놓으려합니다. 이런 겁쟁이와 같은 행동이 이 나라에 얼마나 큰 불운을 가져올지 모르고 말입니다.
세월호 참사가 이 나라에 던져 준 시대적인 부름 앞에 우리는 응답해야합니다.
그래야 우리 유가족은 먼저 간 우리 가족의 얼굴을 제대로 볼 수 있을 것이고 우리 민족은 후손에게 떳떳한 역사를 남겨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