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CBS 라디오 FM 98.1 (07:30~09:00)
■ 진행 : 박재홍 아나운서
■ 대담 : 이호진 (세월호 유가족 순례단)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한 달째 걷고 계신 분들이 있습니다. 바로 세월호 유가족 순례단 분들인데요. 지금까지 안산에서부터 팽목항을 들러 광주까지 약 600km를 걸었습니다. 다음 주 대전에서 있을 프란치스코 교황의 미사 때 교황을 만나기 위해서 지금은 대전을 향해 걷고 계십니다. 한 발 한 발, 묵묵히 발걸음을 떼고 계신 고 이승현 군의 아버지입니다. 세월호 유가족 순례단의 이호진 씨 연결하죠. 아버님 안녕하십니까?
◆ 이호진> 안녕하십니까? 이호진입니다.
◇ 박재홍> 지금 어디쯤 계신 건가요?
◆ 이호진> 지금 어제 전남과 전북의 경계선인 갈재 정상에서 어제 도보가 끝나고요. 지금 정읍시를 향해서 걷고 있습니다.
◇ 박재홍> 지금 전화 받으시면서도 걷고 계신 거죠?
◆ 이호진> 예, 멈출 수가 없는 상태라 걸으면서 말씀드리고 있습니다.
◇ 박재홍> 오늘 한 달째 걷고 계시는데 몸 상태는 어떠신가요?
◆ 이호진> 발바닥과 발가락 부상은 여전한 상태인데요. 다른 쪽의 건강은 아직까지 견딜만한 것 같습니다.
◇ 박재홍> 한 달 동안 600km를 넘게 걸으셨어요. 그렇다면 하루에 대략 한 20km를 걷고 계신 건가요?
◆ 이호진> 한 25km 정도가 아마 평균이 될 것 같아요.
◇ 박재홍> 굉장히 많이 걷고 계시네요. 하루에 걸으시는 양이 마라톤으로 치면 하프코스 이상을 지금 걷고 계신 건데, 한 달 동안 안산에서 출발해서 팽목항에도 들르시고 광주도 거치셨습니다. 뭐랄까요, 지금까지 가장 기억에 남으시는 강렬했던 장면 있을까요?
◆ 이호진> 가장 강렬했던 장면보다는 가장 가슴이 먹먹한 그러한 순간이 있었습니다. 저희가 광주 시내를 진입하면서 금남로를 통과하기 직전에 몸이 불편한 장애우 분들이 휠체어를 가지고 한 20여 분 정도 저희를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그분들과 자연스럽게 합류를 하게 됐는데 가슴이 먹먹했고, 그분들이 그렇게 직접 도보행진에 참석을 안 해도 될 수 있는 그러한 세상이 빨리 좀 왔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았습니다.
◇ 박재홍> 그런 분들을 만나시게 되면 뭐랄까요, 국민들이 함께하고 있다는 힘도 얻으시겠습니다.
◆ 이호진> 예, 당연히 없던 힘도 솟아나고요. 그리고 정말로 고통스럽고 어렵더라도 끝까지 계획한 대로 월드컵경기장까지 무사히 완주를 해야 되겠다는 그런 결기가 새록새록 솟아나기도 합니다.
◇ 박재홍> 그리고 이렇게 걸으시는 와중에 어제 세월호 특별법의 주요 내용이 합의가 됐습니다. 그런데 유가족들은 절대 반대한다, 이런 강경한 입장이신 것 같은데요. 아버님도 같은 생각이신가요?
◆ 이호진> 예, 저도 물론 같은 생각이고요. 수사,기소권이 있는 상태에서 특별법이 제정 합의가 돼도 사실 믿기가 어려운 판인데.. 수사,기소권마저 이렇게 빠져버린 특별법은 그거는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있으나마나한 그런 법 같고요. 과연 법 집행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을지, 그리고 세월호 참사의 진상이 밝혀지게 될지 그건 상당히 좀 안타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 박재홍> 그래도 세부사항이 또 추가적으로 논의될 수 있다고 하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 이런 입장이신가요?
◆ 이호진> 그렇죠. 왜냐면 이 세월호 참사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중요시 돼야 되고 꼭 명심해야 될 사항이 하나 있는데, 그거는 바로 유가족의 입장이 한 번은 되어달라는 겁니다. 유가족 입장이 되어봐야 유가족이 지금 어떠한 슬픔과 어떠한 고통 속에서 살고 있고 생활하고 있는지 세월호 유가족들이 진정으로 바라는 것이 과연 무엇인지 그것을 알 수가 있는데, 유가족 입장이 되어보지 않고서 정치권 입장에서 그냥 타결점을 찾는다는 그런 식으로 특별법을 제정을 한다 그러면 그건 있으나마나한 법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 박재홍> 그렇다면 향후 정치권에 대한 항의방문이라든지 어떤 식으로든 또 반대의견을 강하게 내셔야 될 것 같은데요. 어떤 생각들 갖고 계십니까?
◆ 이호진> 지금 이제 안산에 계신 유가족 분들은 지금 나름대로 그 대책이 들어갔다고 보고 있고요. 저와 같이 걷는 김학일 씨 같은 경우도 걸으면서 계속 그 문제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논의를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대처를 해야되고 문제점이 무엇인지 그리고 과연 우리들한테 애초에 문제점은 없었는지 그런 것도 지금은 걸으면서 진지하게 상의를 하고 있는데, 거기에 대한 어떠한 결과가 조만간 안에 나올 것 같습니다.
◇ 박재홍> 이제 다음 주에 방한할 예정인 프란치스코 교황. 15일 대전미사 때 가족들을 직접 면담하기로 했다, 이렇게 알려졌는데 아버님도 그럼 교황을 만나시는 건가요?
◆ 이호진> 네, 그렇게 알고 있습니다.
◇ 박재홍> 교황의 얼굴을 보게 된다면 어떤 말씀 전하고 싶으신가요?
◆ 이호진> 우선 교황님을 알현하는 사실 자체가 개인적으로는 그게 영광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건은 조금은 특이한 경우기 때문에, 기쁨이 나타나기보다는 슬픔이 너무도 앞서있는 상태고요. 교황님을 뵙게돼서 제가 교황님한테 말씀드릴 수 있는 순간이 허락된다고 그러면, 세월호에 대해서 꼭 한 말씀 올리고 싶은 거는 너무도 간절한 소망이고요. 그리고 유족들이 바랄 수 있는 진상규명이 이루어질 수 있는 그러한 특별법에 대해서 교황님께서 꼭 한마디 정도 언급을 하셔서, 국내적으로나 국제적으로도 세월호 참사가 잊혀지는 옛날 이야기가 아닌 우리 앞에 놓여져있는 문제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각인시키고 싶은 마음이 간절합니다.
◆ 이호진> 가장 중요한 건 수사권이나 기소권입니다. 그게 없는 상태에서는 세월호 진상을 밝히는 게 어찌보면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수사권과 기소권은 반드시 포함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박재홍> 어찌됐든 다음 주에 있을 교황과의 만남에서 많은 위로를 얻는 시간이 되셨으면 좋겠고, 지금까지 걸으시면서 여전히 등에 십자가도 메고 걸으신다고 들었어요. 이 십자가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 이호진> 십자가는 부모가 용서받아야 될 죄가 있다면 내가 먼저 져야 되겠다는 생각에서 십자가를 지고 2000리 길을 지금 걷고 있는 중입니다. 그래서 그런 의미에서 십자가는 짊어진 거고요. 누군가는 이 세상에서 한 번은 십자가를 져야 되는데 아무도 지지 않고 있기 때문에, 그러면 우리라도 십자가를 짊어져야되겠다는 생각에서 십자가를 지고 지금 도보하고 있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 박재홍> 아버님, 그러면 언제까지 걸으실 생각인가요?
◆ 이호진> 14일이 되면 모든 일정이 끝이 날 것 같습니다. 그러면 15일에는 미사에 참석을 하게 되고요. 그리고 이제 차후의 일은 다시 한 번 생각을 정리해 봐야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박재홍> 알겠습니다. 무엇보다 건강에 유의하셔야겠고 지금도 거리의 차 소리가 많이 들리는데, 부디 안전 조심해서 일정 잘 마치시기 바라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이호진> 네, 감사합니다.
◇ 박재홍> 세월호 유가족 순례단의 이호진 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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