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다름슈타트에 있는 ESA 관제센터는 혜성탐사선 로제타호가 6일(현지시간) 목성과 가까운 궤도를 도는 혜성인 '67P/추류모프-게라시멘코'의 궤도에 진입해 100㎞ 거리까지 접근했다고 발표했다.
장 자크 도르뎅 ESA 사무총장은 관제센터에서 "10년 5개월 4일간 64억㎞를 비행한 끝에 목적지에 도착했다"고 밝혔다.
무인 혜성탐사선인 로제타는 세계 표준시(GMT) 기준 이날 오전 9시(한국시간 : 6일 오후 6시)를 조금 넘어 지구와 4억500만㎞ 떨어진 이 혜성 궤도에 들어섰다.
로제타는 시간당 5만5천㎞ 속도로 비행하는 '67P/추류모프-게라시멘코'를 1년 넘게 따라다니며 표면 상태와 중력장 등을 관찰할 예정이다.
오는 11월에 로제타는 냉장고 크기의 100㎏짜리 탐사로봇 '필레'(Philae)를 사상 처음으로 혜성 표면에 내려 보낼 계획이다.
다리가 세 개 달린 착륙로봇 '필레'는 혜성 표면에서 6개월에 걸쳐 토양 표본 분석 등 혜성의 화학적 성분 등에 대해 실험을 하게 된다.
'더러운 눈덩이'로 불리는 혜성들은 약 46억 년 전 태양계가 형성될 무렵으로부터 변한 것이 거의 없어 로제타가 보내오는 자료는 지구가 속한 우주환경이 어떻게 진화했는지 알 수 있게 해 줄 것으로 기대된다.
로제타는 앞서 2008년 9월 지구에서 약 3억6천만㎞ 떨어진 지름 4.6㎞의 스타인스 소행성에 800㎞ 이내로 접근해 표면을 근접 촬영함으로써 원거리 혜성 탐사의 첫 임무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이어 지난 2010년 7월 소행성 루테시아에 3천여㎞까지 접근해 찌그러진 감자 모양의 이 소행성이 두께가 최소 600㎞나 되는 두꺼운 파편 먼지 이불을 두르고 있음을 밝혀냈다.
로제타는 2011년 6월 혜성을 향해 날아가다 통신장치를 비롯해 기기 전원 대부분을 끄는 '동면'에 돌입했다.
햇빛이 잘 닿지 않는 먼 우주에 들어서면서 태양전지 발전도 어려워 혜성 근처에 도착하기 전까지 불필요한 동작을 멈추고 전원을 아끼기로 한 것이다.
로제타는 이후 올해 1월 2년 반 만에 눈을 떠 활동을 재개했으며 이번에 목적지에 도착했다.
로제타는 행성이 생성되기 전인 46억 년 전 태양계 형성 초기에 기원한 이 혜성의 비밀을 밝혀내고자 2004년 3월 2일 발사됐으며 총 13억유로(약 1조8천억원)의 예산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