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일병 사건에 뒷북 성명만 낸 '식물 인권위'

'민간 인권 단체보다 못한 국가 인권 기구'라는 비난 쏟아져


육군 제28사단에서 발생한 '윤 일병 사건’과 관련한 국가인권위원회 대처가 뒷북 성명 발표에 그치면서 '식물 위원회'로 전락한 국가 인권 기구의 초라한 위상만 재확인됐다.

인권위원회는 지난 4일 “국가 인권 기구로서 책임을 통감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직권조사를 검토하겠다는 성명을 냈다.

비정부기구인 군인권센터가 사건의 실체를 폭로한 지 엿새 만이다.

명숙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는 “군 당국에서도 이 문제를 살피겠다고 하니, 군에도 폐가 안 될 것 같아 뒤늦게 성명을 낸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이어 “전교조 법외노조화 문제도 긴급구제는 기각해 놓고 위원장 성명만 내놓았다”면서 “위원장 성명은 여론 면피용”이라고 주장했다.

인권위는 2012년 국방부에 "군인권법 제정 추진 등 인권친화적 병영문화를 만들라"고 권고했다.

지난해에는 "군 복무 부적응 병사의 인권상황을 개선하라"고 권고했지만, 국방부의 반응은 극히 미온적이었다.

특히 일부 권고에 대해서는 국방부가 이행계획을 부실하게 내놔 인권위가 다시 제출할 것을 요구할 정도였다.

인권위는 그런데도 성명에서 “국방부 등 정부에 수차례 권고했지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음이 확인됐다”면서 유감만 표명했다.

인권위 관계자는 “인권위는 법적 구속력이 없다 보니 권고를 하고 또 권고를 할 수밖에 없다”면서 “권고라는 게 무시할 수가 있는 것 아니냐”고 하소연했다.

이에 대해 김형완 인권정책연구소 소장은 “인권위가 인권 상황에 능동적이고 충실하게 대응하지 못하는 모습”이라며 “민감하게 사안을 포착해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국가인권위의 존재 이유는 정부 권력에 쓴소리를 하는 것”이라면서 “정권과 여론의 눈치를 살피며 자기 검열을 하니 매번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가 된다”고 말했다.

인권위는 윤 일병 사건과 닮은꼴인 부대 내 가혹행위 직권조사 결과도 지난 4일 발표했지만, 내놓은 해법은 이번에도 국방부가 번번이 무시해 온 재발방지 대책 마련 권고뿐이었다.

이 사건 역시 인권위는 군인권센터로부터 진정을 받고서야 직권조사에 착수했다.

'민간 인권 단체만도 못한 국가 인권 기구'라는 비난이 인권위에 쏟아지는 이유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현재 인권위의 존재감이 전혀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