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와중에 당은 세월호 정국에서 대패하면서 '백지상태'에서 진로를 다시 모색해야 하는 난제까지 안게 됐다.
이번 선거 패배는 야권 대선주자들에게 적지 않은 생채기를 냈다. 유력한 대권 주자였던 안철수 대표는 '새정치'를 실현하지 못하고 당직을 내려놓고 '백의종군'을 선언하면서 대권가도에 빨간불이 켜졌다.
여기다가 또 다른 유력주자인 손 상임고문은 정계를 은퇴하는 결심을 내렸다.
단정하긴 어렵지만, 이 두 사람은 대권 주자로 반열에 다시 오르기가 쉽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손 고문의 은퇴선언에 대해 당내에서는 "안타깝다"는 탄성이 나왔다. 거물급 정치인이 불모지에 도전했다가 낙마했지만, 외부변수가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손학규계 한 의원은 "주변에서 다들 만류했지만, 본인이 결정을 이미 내린 상태였다"고 전했다.
손 고문은 주변 인사들에게 "항상 나갈 때를 생각했는데 지금이 그때인 것이다. 그렇게 결정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 고문의 은퇴선언은 가뜩이나 가라앉은 당내 분위기를 더욱 무겁게 하고 있다.
안 대표와 손 고문 외에 김두관 전 경남지사도 정치신인에게 패배하면서 향후 대권가도에 발목이 잡혔다.
세월호 정국이라는 야권에 유리한 환경에서 패배한만큼 새정치연합의 무력감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한 당직자는 "선거 한 번으로 너무 많은 것을 잃었다"며 "당내 중요한 자산들이 허무하게 날아갔다"고 평가했다.
예상 밖의 참패로 세월호 특별법 등 대여 관계를 주도할 동력도 잃어버린 상태다.
세월호 국조특위 간사인 김현미 의원은 트위터에 "개인적 낙선과 당의 패배도 여러 번 겪었음에도 마치 처음 당하는 것처럼 아프다"라며 "누군가는 독하게 악물고 현실을 뚫어야 하고, 그 누군가가 나여야 함에도… 마음이 잡히질 않는다"라는 글을 올렸다.
새정치연합은 제1야당으로서 존재 기반이 크게 흔들리는 위기를 수습하는 게 급선무다.
당내 불안전한 의사결정 시스템도 정비해야 하고, 색깔과 노선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할 상황이다.
위기감이 번지면서 요란하게 분출될 것으로 예상됐던 조기 전당대회 요구도 잠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정청래 의원은 '새정치민주연합 어떻게 변혁할 것인가'라는 제목이 성명을 통해 "당무위원회도, 각 지역위원회도 존재하지 않았다"며 "지역위원회가 없다 보니 대의원도 상무위원회도 지역 위원회 운영위원회도 없는 초유의 상태로 지방선거를 치렀다"고 지적했다.
민주적인 의사결정을 담보할 시스템을 다시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추미애 의원은 "당이 위기에 처했다"면서 "그러나 이 위기가 또 다른 분열이 아니라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변화와 쇄신의 동력이 돼야한다"며 변화를 요구했다.
위기국면에서 사령탑(대표 직무 대행)을 맡은 박영선 원내대표는 향후 며칠간 '도시락 회의'를 주재하고 당의 진로에 대해 모색할 방침이다.
원내대표실 관계자는 "당내 원로인 상임고문단에서 초선의원까지 두루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라며 "아직 당의 운영방향이나 우선순위에 대해 정해진 것이 없다. 백지 상태에서 차근차근 해야한다"고 설명했다.
당 내부의 산적한 현안을 정리한 후 새 지도부를 뽑는 전당대회를 치르는 수순이 예상된다.
당 관계자는 "당헌·당규상 당 대표 궐위시 2개월 안에 전대를 하도록 돼 있다"며 "여러 문제를 추스른 후 10~11월에 새 지도부를 뽑지 않을까 예상된다"고 했다.
하지만 새 지도부를 선출하는 과정에 친노(친노무현)계, 정세균계, 박지원계 등 계파 간 과열 경쟁을 벌일 경우 또 다른 후유증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