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잘 다녀오겠다’ 인사하고 갔는데..
- 장례준비 중에도 헬기타고 출동해
- 우리도 언제 사고로 죽을지 몰라
■ 방송 : CBS 라디오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 (헬기사고 순직소방관 동료), 김택 (중원대 교수)
지난 17일 광주 도심에서 일어난 헬기 추락사고로 다섯 분의 소방관이 순직했습니다. 지난 주말 합동분향소가 차려졌는데요. 정홍원 국무총리가 방문을 했죠. 그런데 그 총리 앞에서 무릎을 꿇고 또 눈물을 흘리면서 소방 조직을 제발 살려달라, 호소를 한 분들이 있었습니다. 바로 순직 소방관들과 함께 일했던 동료들이었습니다. 소방 조직을 살려달라, 이게 무슨 의미였을까요. 이분들 중에 한 분을 저희 제작진이 전화로 인터뷰를 했습니다. 강원소방본부 특수구조단의 소방관입니다. 잠시 들으시죠.
◆ ○○○> 제가 총리님 보고 그랬어요. 언제까지 우리가 이렇게 살아야 되냐고요. 소방이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되냐고 그랬습니다. 우리가 장례에만 몰두하고 있는 상황이 아니에요, 지금. 헬기가 사고가 났기 때문에 헬기 사고도 수습을 해야 되고요. 또 여기 근무도 해야 됩니다.
이렇게 사고가 나서 장례 절차가 진행이 되지만 지금 또 다른 쪽에서는 지금도 헬기를 타고 여전히 인명구조를 하고 다니고 있습니다. 헬기를 타고 헬기가 떨어져서 사고가 났는데 우리는 헬기를 또 타고 임무수행을 하러 다니는 겁니다... (눈물) 네? 이걸 아시냐고요. 우리 대원들의 심정이 어떻겠어요. 우리도 언제 죽을지 모르는 거예요, 헬기사고가 나서. 그러면서도 또 인명구조를 위해서 다닙니다.
엊그저께 잘 다녀오겠다고 저한테 인사하고 악수하고 간 직원들입니다. 그런데 잘 다녀오겠다는 직원들이 아직도 안 왔습니다. 다른 때 같았으면 벌써 와가지고 저보고 잘 다녀왔다고, 제가 고생했다고 어깨 두드려주고 손잡고 그랬던 직원들입니다. (눈물) 장례식 끝나고 또 사라지겠죠, 2, 3일 있으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우리 그렇잖아요, 다. 그러나 진실된 거는 정말 대원들 모두가 힘들다는 겁니다. 여기서 도와주시려면 제대로 좀 도와주시든가.
◇ 김현정> 도와주시려면 제대로 도와달라.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사고가 하나 벌어진 것뿐이다. 소방조직을 살려달라, 이 외침을 이분은 어떻게 들으셨을까요? 이번에 순직한 5명의 소방관 중에 한 명인 고 이은교 소방사가 추락사고가 나기 한 시간 전에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유한 글이 한편 있었습니다. 소방관 국가직 전환의 당위성을 담은 신문 기고글이었는데 이 기고글을 쓴 당사자, 중원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김택 교수를 직접 연결해 보죠. 김 교수님 나와 계십니까?
◆ 김택>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고 이은교 소방사가 사고 나기 1시간 전에 교수님 글을 페이스북에서 공유했다는 얘기 들으셨죠?
◆ 김택> 네.
◇ 김현정> 듣고는 어떠셨어요?
◆ 김택> 부족한 제 글을 SNS에 공유했다는 것 자체에 대해서 저는 상당히 고맙게 생각했는데, 유명을 달리하셔서 정말 마음이 아프고 저도 슬픔을 금치 못했습니다.
◇ 김현정> 교수님의 글을 공유했다는 얘기는 결국은 그 절절한 이야기에 공감했기 때문에 다른 분들도 읽어보시라 아마 이런 뜻이었을 텐데. 앞서 한 소방관의 말씀도 그렇고 또 여러 소방관들 처우 이야기들 들으면서 어떤 생각을 하신 건가요?
◆ 김택> 이게 아니다,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열악하고, 선진국에 비해서 상당히 낙후됐다는 것을 느끼고 제가 한번 글을 써봤는데요.
◇ 김현정> 이건 아니다라고 결정적으로 느끼게 한 어떤 계기가 있었을까요?
◆ 김택> 우리나라 소방행정이 지방직과 국가직으로 이원화가 되어 있더라고요. 한 조직에서 이렇게 나눠지는 것은 그 조직의 일사불란한 지휘체계의 정립이라든지, 또 재난이라는 것이 어떤 신속성을 요하는데 소방관들의 사기 문제가 우려될 만큼 심각하다는 것에 대해서 제가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 김현정> 지방직이라는 것은 지자체 소속으로 지금 소방관들이 되어 있다는 얘기고 국가직인 소방관도 있긴 있습니까?
◆ 김택> 그러니까 지금 전국의 소방공무원들이 한 4만 명 가량 되는데요. 소방청의 간부들 또 지방소방본부장 이런 간부들만 260명이 국가직이고 나머지 119 구조대 대원들을 비롯한 나머지 소방공무원들은 다 지방직으로 지금 되어 있더라고요.
◇ 김현정> 다 지방직이죠, 지자체 소속. 그러다 보니까 자연히 그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상황에 따라서 지원도 달라지고 다 처우가 달라지는 거죠?
◆ 김택> 그렇죠. 지금 우리나라 지방자치 재정자립도가 2013년도에 16.1%라고 그래요. 이렇게 재정자립도가 낮은데 어떻게 장비를 현대화하고 소방서비스를 균등하게 할 수 있겠습니까? 그래서 결국 손해보는 것은 우리 국민들이고 시민들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 김현정> 사실 이번에 광주 헬기사고 계기로 다시 높아지고 있는 목소리가 소방관의 국가직 전환, 그러니까 다 중앙정부에서 국가직 공무원으로 채용을 해 달라, 전환을 해 달라 이건데요. 중앙 정부는 말합니다. 중앙정부 예산이 부족한 상황에서 각 지자체의 사업을 다 중앙이 흡수할 수는 없지 않느냐, 지금 이런 식으로 손을 내미는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닌데 어떻게 다 중앙정부에서 책임을 지겠는가, 어떻게 생각하세요?
◆ 김택> 결국은 예산 문제인데 우리나라 지금 지방세에 소방공동시설세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것을 국세로 전환해 가지고 소방의 인프라를 구축하면 충분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저는 생각하고요.
◇ 김현정> 그런데 지금 지방세로 걷는 것이 있지만 그게 부족하니까 지금 처우문제들이 생기는 것 아닌가요?
◆ 김택> 이 소방재난은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기 때문에 소방예산을 좀 확충하는 것이 낫지 않나 그런 생각을 해 봅니다. 선진국들은 소방예산을 상당히 배정하는데 우리나라는 아주 뒤떨어지는 그런 경향이 있거든요. 또한 지금 반대논리로써 미국을 자꾸 예를 드는데, 저도 미국에서 연구를 했지만 미국이라는 나라는 주에서 이런 소방업무를 하고 있는데 국가에서 지시 내리지 않아도 주에서 모든 것을 다 통할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하고 이렇게 비교를 하면 안 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 김현정> 거기는 주단위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맞지만 주 안에서 모든 것이 굉장히 자체적이고 유기적으로 잘 굴러가고 있고 우리는 그렇지가 않다는 거죠?
◆ 김택> 예. 우리나라는 원래부터 국가사무인데 1992년도에 소방업무가 지방자치 업무로 변경이 돼버렸어요. 당시에 소방관은 1만 3000명에 불과하고 단순히 불 끄는 일에 치중을 했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구조, 구급이라든지 또 국민의 생활안전, 모든 것을 다 소방이 책임지고 있어요. 그래서 과거의 관점, 특히 미국의 논리, 이걸 가지고 반대를 한다는 것은 상당히 어불성설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 김현정> 교수님 여기까지 오늘 말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김택>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중원대 경찰행정학과 김택 교수까지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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