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서둘러 아내와 11명의 아이를 대피소로 활용되는 유엔학교로 보냈다.
하지만, 그는 75세의 병든 어머니를 위한 피난처를 찾지 못해 집안에 엎드린 채 밤새 폭격을 견뎌야했다.
가피르는 "폭발로 집 유리창 여러 장이 산산조각이 나고 벽도 흔들리거나 금이 갔다"며 "폭발음 때문에 한숨도 자지 못했다"고 하소연했다.
이스라엘군으로부터 목표 지역에서 떠나라는 통보를 받은 수만 명의 가자지구 거주민들은 가피르처럼 갈 곳이 없어 생사의 갈림길에 서 있다고 AP 통신 등이 16일 보도했다.
이스라엘이 경고장을 보낸 베이트 라히야 시내, 가자시티 자이툰 구역, 시자이야 등 3곳의 인구는 30만여 명이다. 이는 유엔학교가 수용할 수 있는 3만5천명의 8.6배에 달한다.
이스라엘군이 공격하겠다고 경고한 곳 외 지역에도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16일 가자지구 해변에서 놀던 어린이 4명이 이스라엘군의 함포 사격으로 사망했다.
이스라엘의 폭격이 이뤄진 9일 동안 집에 갇혀 있던 아이들은 부모 몰래 자신들이 좋아하는 항구 부근 해변에 놀러 나갔다가 변을 당한 것이라고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부두 주변 판잣집에 첫 번째 폭격이 이뤄져 한 소년이 즉시 사망했고 도망치던 3명의 아이도 두 번째 폭격으로 처참하게 사망했다.
네 아이의 죽음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폭격이 무고한 사람들을 죽일 수밖에 없다는 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NYT는 지적했다.
지난 8일 전투 개시 후 1천900차례에 달하는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40명 이상의 226명이 사망하고 1천678명이 부상했다. 사망자 중 약 75%가 민간인이었다.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는 이날 내놓은 자료에서 이스라엘이 명확한 군사적 목적 없이 민간인과 그들의 재산을 반복적으로 공격하고 있다며 '불법 공격'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이스라엘 인권단체 브첼렘의 사릿 미카엘리 대변인은 "국제 인도주의 법에 따라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며 "군은 민간인들이 경고에 따라 움직일 수 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