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주택과 건물 등에서는 1년에 한 번씩 의무적으로 정화조 청소를 해야 한다. CBS·노컷뉴스 취재 결과 분뇨수거를 둘러싼 비리가 일반인들의 상상을 초월하고 분뇨처리 근로자들의 노동환경도 열악하기 짝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분뇨수거를 둘러싼 각종 비리 실태를 4차례에 걸쳐 집중 조명한다.[편집자주]
◈ 정화 업체, 구청과 '수의계약'으로 수십년 간 '독점'
부산의 한 정화조 청소업체가 각 주택과 건물의 분뇨 수거량을 부풀려 부당이득을 챙긴 것으로 확인됐다. (CBS·노컷뉴스 2014.07.14, "똥 수거하는 데도 비리?"…'상상초월')
이 같은 불법영업은 10억 원이 넘는 '권리금'을 내고 사업에 뛰어든 업체의 무리한 영업 탓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분뇨 수거 업체는 지방자치단체와 관행적으로 수의계약을 맺고 정화조 청소를 대행한다.
이러다 보니 한번 계약으로 20년 넘게 사업을 독점하는 업체도 적지 않다.
부산의 '사하환경'이라는 업체도 사하구에 묻힌 정화조 2만여 개 가운데 절반 이상을 1993년부터 청소해 왔다.
사실상 독점 영업을 해온 것이다.
문제는 이 영업권이 업체 마음대로 거래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사하환경'의 경우 2~3억 원에 이르는 수거 차량 6대를 빼면 권리금만 1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올해 초 사장이 바뀌면서 전 사장으로부터 13~14억 원가량에 영업권을 팔았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위탁 정화 업체 '권리금'…구청은 '나 몰라라'
과다한 권리금은 분뇨 수거량을 부풀려 초기 투자 자본을 회수하려는 이유가 된다.
이 업체에서 근무했던 정화공 A 씨는 "밥 먹을 겨를도 없이 하루에 많게는 마흔 집이 넘는 정화조를 청소했다"며 "할당된 업무량을 정해진 시간 안에 채우려면 수거량 조작은 불가피했다"고 털어놨다.
정화공 B 씨는 "최근 2년 동안 사하환경의 대표가 세 번이나 바뀌었다"면서 "정화조 청소는 정부의 공공 대행사업인데, 막무가내식 영업권 거래를 왜 구청은 관망만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구청에서는 권리금이 사적 계약관계에서 형성된 만큼 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담당 공무원은 "영업권이 십수억 원에 거래되고 있는 사실을 소문으로 들었다"면서도 "개인 사이에 이뤄진 거래에 대해 구청이 나서서 막을 방법은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문제는 정화 업체가 경제적 어려움으로 문을 닫게 될 경우, 지자체가 폐업지원금을 지급하게 돼 있다는 점이다.
하수도법 제56조 2에는 '구청장은 분뇨수집·운반업자가 경영악화로 폐업신고를 하는 경우에는 대체 사업의 주선 또는 폐업지원금의 지급·융자알선 등을 할 수 있다'고 돼 있다.
폐업지원금이 주민의 혈세로 충당되는 점은 두말할 나위 없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 옥경열 환경지회장은 "폐업지원금을 줄 수 있다면서, 위탁과정에서 수시로 영업권이 거래되는 상황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구청의 태도는 명백한 직무유기"라며 "권리금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소문으로 들었다는 해명도 문제이다"고 지적했다.
결국 주민들로서는 과다 청구된 분뇨 수거료와 정화 업체들의 검은 권리금을 지출해야 하는 이중고를 겪을 수밖에 없는 셈이다.
CBS는 정확한 권리금액을 알기 위해 해당 업체에 문의했으나 응답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