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소득'에 눈 돌린 최경환...여전히 '과거형'성장정책

저성장 기조 인정하고 가계부채 해소-내수경제 유도 내실 쌓아야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최근 청문회를 통해 밝힌 구상을 두고 일각에서는 "성장론자 최경환이 변했다"는 말들이 나왔다.

기업에 대한 정부 규제를 되도록 줄여야 한다는 게 그동안 최 후보자의 일관된 입장이었는데, 청문회 과정에서는 내수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겠다는 의지가 '새롭게' 읽혔기 때문이다.

과도하게 사내유보금을 쌓은 기업에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 사내유보금을 배당이나 근로자 임금으로 돌리는 기업에게 혜택을 주는 방안, 비정규직과 영세자영업자 지원 대책 등을 검토한다는 게 대표적이다.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슬로건 중 하나였지만 사장되다시피한 '경제민주화'가 다시 힘을 얻는 게 아니냐는 기대도 나왔다.

하지만 최 후보자가 내놓은 '전체 그림'을 보면, 그는 경기부양을 통해 한국경제의 문제를 풀겠다는 전형적인 성장론자다.



최경환 경제팀이 제일 먼저 들고 나온 카드도 부동산 금융규제를 완화하겠다는 것이다. 교육·관광·의료 등 서비스산업을 중심으로 규제를 없애겠다는 것도 성장 일변도였던 이명박 정부의 정책과 빼닮았다.

최 후보자의 정책 뼈대는 여전히 '규제완화->기업 활성화->경제성장->가계소득 증대'라는 논리에 기초하고 있는 것이다.

업계에서도 최 후보자가 최저임금 인상을 언급하는 등 일부 '변한' 태도를 보인 데 개의치 않는다는 인상이다. 송원근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정부가 내수를 활성화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정도라고 본다"면서 "최저임금의 경우 정부 혼자서 올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사내유보금을 가계로 직접 유도하겠다는 것 역시 마땅한 수단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통인 김종인 전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은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딱 잘라 말했다.

기존 대기업 중심의 성장정책을 유지하고 '덧붙여' 가계소득을 늘리겠다는 정책은 한계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특히 강력한 성장론자였던 강만수 전 기재부 장관조차 손대지 못했던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을 완화하겠다고 밝힌 부분에 대한 우려가 가장 높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계 원로는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를 보고도 부동산 경기부양으로 경제를 일으키겠다는 건 적절한 조치라 보기어렵다 "고 진단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부동산 거래가 너무 죽어있으니까 거래를 활성화시키겠다는 것은 원론적인 차원에서는 맞는 말이지만, 가계대출이 심각한 상황에서 '빚을 지고 거래를 하라'는 주문은 성공해도 문제, 실패해도 문제"라고 말했다. "성공하면 부동산 가격이 폭등해 자산거품이 생겨 빈익빈 부익부만 더 심해지는 상황이 오고, 반대로 실패하면 경제심리가 심하게 위축돼 경기침체 상황은 가속화될 것이라는 것이다.

이때문에 전문가들은 한국경제가 이미 저성장기조로 들어섰다는 것을 인정하고, 한계가 명확한데다 부작용까지 우려되는 '단타성' 경기부양책보다는 가계부채 해소와 내수형 경제 유도 등 내실에 충실하는 '장기적'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문을 내놓는다. 이종우 아이엠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우리 경제는 규모도 커지고 복잡해져서 정부의 경기부양 카드가 효과를 보기 어려워졌다"며 "당장 효과가 나타나지는 않더라도 장기적 방향을 어떻게 가져갈 지를 보여줄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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