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과 기업, 通해야 산다"…계획된 산업도시들의 놀라운 변신

전남CBS 기획특집④

울산대공원 (자료사진)
기업사랑운동이란 용어. 이젠 우리에게 친숙하게 다가온다. 그리고 매 지방선거때마다 출마자들은 기업유치를 통한 지역 경제 발전이라는 공약을 빠뜨리질 않는다.

이처럼 기업과 지역의 공동 발전은 이제 지방자치의 과제가 되었다. 특히 포스코 광양제철소와 여수국가산단이 위치한 전남동부권은 기업과 지역의 상생의 욕구가 어느 지역보다 크다고 할 수 있다.

지역과 기업이 서로 상생하며 발전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 것일까?

전남CBS는 독일과 일본에서 지역과 기업의 상생모델을 찾아보기로 했다. 150년 역사의 글로벌 화학기업 바스프는 인구 16만 명의 루드비히스하펜에 위치해 있고 12만의 소도시 볼프스부르크에서는 폭스바겐과 80년간 공생하고 있다. 40만 인구의 일본 도요타시는 도요타자동차 본사 유치를 위해 지역명까지 바꿨다.

세계적으로 성장한 기업들이 자그마한 소도시에 위치해 있으면서도 100년 안팎의 역사를 거치면서 상생을 이끌어낸 비결을 무엇일까 우리는 그 궁금증을 풀면서 우리의 해법을 찾아 보기로 했다.[편집자주]

차례
제 1편 바스프의 소통
제 2편 자동차의 도시로 가다
제 3편 도요타, 세계를 품다
제 4편 계획된 산업도시들의 놀라운 변신
제 5편 기업과 도시 통해야 산다


제 4편 계획된 산업도시들의 놀라운 변신

◆기업 사랑 운동의 발상지, 창원

'2004년 경상남도 창원시로부터 시작된 기업 친화 운동'. 두산 대백과사전에 나온 기업사랑운동에 대한 정의다.

1974년에 창립한 창원국가산업단지를 중심으로 성장한 창원시. 창원 시민의 60% 이상이 기업에 생계를 의존하고 있고, 지방세수의 40% 이상을 기업이 분담하는 시 발전의 힘이다. 하지만 지역 사회에 반기업정서가 만연해 있었다.

2004년 당시 박완수 창원시장은 기업들을 살리고 지역에 만연해 있는 반기업 정서를 완화시킬수 있는 시 차원의 방법이 없을까 고민한다. 이렇게 탄생한 것이 전국 최초의 기업사랑운동이다.

기업사랑 시민 대축제를 개최하고, 최고경영인 등에 대해 시상한다. 기업인들에 대한 명예의 전당을 건립하고, 기업 사랑에 관한 조례를 만들어 기업의 날을 선포하는 등 기업 친화적인 행정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같은 기업 사랑운동은 지역경제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먼저 지역민의 기업에 대한 호감도가 상당히 개선됐다. 2004년 당시 전국평균보다 낮은 수치였던 창원시의 기업 호감도는 기업 사랑운동 시작 2년 뒤에는 전국평균을 웃돌았고 지금은 전국 최고 수준이다.

기업체나 근로자 종사율도 큰 폭으로 성장했다. 전국 평균 수준이던 창원의 기업체 증가율은 전국 평균인 5.4%보다 월등히 높은 17.5%까지 올랐다. 근로자 증가율도 전국 평균 1.4%보다 높은 2.6%를 나타냈다.

◆기업을 위해 물길을 바꾸다

창원시의 기업 사랑 정책의 대표적인 사례는 바로 기업을 위해 하천의 물길을 바꾼 포스코 창원특수강 사례이다.

지난 2006년 창원특수강이 공장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공장부지 내에 하천이 장애로 발생했다. 당시 관련법에 의해 하천을 복개하는 것은 불가능 했다. 하지만 창원시 하천 관련부서에서 하천을 복개하는 것이 아니라 이전하는 획기적인 안을 제시했다. 하천을 매립하고 공장부지 바깥으로 돌린 것이다.

창원시의 이런 노력으로 그 기업은 크게 성장했고 그에 대한 기업의 보답은 창원시민들에게 돌아갔다.

하천 때문에 사용하지 못했던 땅이 3,000~4,000 평 정도 늘어났다. 창원 특수강은 여기에 신단조 공장을 증설하고 고철 야적장을 짓는 등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기대하지 않았던 큰 혜택이 생기자 기업은 기존 하천을 아주 친환경적으로 정비했다. 하천은 하천대로 친환경적으로 복원돼 시민들에게 돌아가고, 기업은 기업대로 성장의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

◆'공해 도시에서 친환경도시로' 울산

1962년 울산특정공업지구로 지정돼 우리나라 산업화와 궤적을 같이하며 성장·발전한 울산광역시.

이처럼 울산은 우리나라 최대 산업도시로 성장했지만 한편 환경도 다른 도시들보다 훨씬 급속도로 오염됐다. 시내에선 화학공장 특유의 악취가 심했고 울산의 젖줄 태화강은 모든 폐수가 흘러들어 가면서 검게 죽어갔다.

하지만 지금의 울산은 전혀 다른 모습이다.

하수관로를 만들어 태화강으로 흘러들어가는 폐수를 모두 차단해 지금은 황어와 연어가 헤엄치는 하천으로 복원됐다.


도시 중심부에 위치한 울산대공원엔 수많은 사람들이 꽃내음을 맡으며 산책을 하고 해마다 수백만 명의 외지인이 이 곳을 찾아온다. 또 검게 죽어가며 환경오염의 상징이었던 태화강엔 황어와 연어가 뛰놀고 있다.

이런 울산의 환경 변화는 먼저 시가 주도했지만, 울산의 많은 기업체들도 재정과 정화운동으로 동참했다.

그리고 울산의 랜드마크를 만들어가는 주요 상징적인 사업들에 대기업들이 본격적으로 참여하기 시작했다.

S-오일은 임진왜란 때 타버린 태화루 복원사업에 100억 원을, 경남은행은 태화강 인도교 조성사업이 52억 원을 내놨다.

삼성정밀화학은 해마다 7,000~8,000만 원씩 들여 에코 나눔행사를 통해 꽃길 가꾸기를 하고 있다.

◆도시와 기업의 상생모델, 울산대공원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SK가 거액을 내놓고 울산시가 토지를 매입한 울산대공원이 기업과 지역이 협력한 가장 상징적인 사업이다.

97년부터 시작된 울산대공원 조성 사업은 도시 한가운데 600만 평 정도의 야산을 시민들을 위한 초대형 공원으로 조성한 사업이다. SK는 1,020억 원을 이 사업에 투자했고, 울산시는 각종 절차와 토지 매수 등을 지원했다. 이는 전국 도심 공원 사업과 함께 기업과 지역이 협력하는 롤모델이 되고 있다.

울산대공원 조성은 시민들에게 쉼터만을 준 것만 아니라 시민들의 여가문화도 바꿨다.

SK 최환수 홍보팀장은 "과거에는 가족들이 저녁시간에 마땅히 갈 곳이 없었다. 하지만 공원이 만들어지면서 시민들이 가족들과 회사 동료 등과 산책을 하기 시작했다. 저녁 시간이 달라지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울산시와 SK는 대공원 조성에 그치지 않고 매 주말 거리 공연을 열고 계절마다 이벤트를 준비함으로써 자연스럽게 문화가 형성될 수 있도록 협력하고 있다.

대공원은 울산을 관광도시로 바꿨다. 울산 시민들은 휴일이면 인근 경주나 부산 등으로 떠났지만, 지금은 인근 지역에서 대공원을 보기 위해 찾고 있다. 연간 방문객이 500만 명에 이른다.

여기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바로 장미축제다.

공원 한가운데 자리한 장미공원에는 전세계 희귀 장미들로 가득하다. 해마다 열리는 장미축제 150만 명이 찾는다. 축제 기획 역시 시와 SK가 함께한다.

울산시 녹지공원과 임채근 계장은 "공원으로 조성되지 않았으면 산을 밀어서 삭막한 아파트 단지가 지어졌을 것"이라며 자랑스러워했다.

울산대공원 장미축제
◆'환경 규제가 아니라 기업 지원이다'

울산시는 대기업의 환경정화 노력에만 그치지 않았다. 울산산단에 있는 작은 중소기업들과도 환경을 위해 함께 노력한다. 그런 노력의 하나가 울산시의 환경 기술 컨설팅 사업이다.

중소기업들이 환경배출 방지 시설에 대해 대기업보다 상대적으로 재정이나 시설이 미흡하기 때문에 이를 지원하는 것이다.

울산시는 울산 환경기술 협회 환경 기술인들과 함께 기업들을 직접 둘로보고 실현 가능한 환경 기술이나 환경오염물질 배출시설과 방지시설에 대해 운영요령과 오염물질 처리 방법 등을 지도한다.

2008년부터 140개 기업에 대해 무료로 이뤄지고 있다. 특히 이는 잘못된 것에 대한 처벌보다 중소기업의 열악함을 인정하고 상생을 위한 대표적인 기업 친화적인 정책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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