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김우수 부장판사) 심리로 8일 열린 재판에서 김 씨는 "검찰 조사에서 공문 위조 경위를 밝히는 게 어떻겠느냐고 국정원의 김모 과장에게 제안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김 씨의 제안에도 불구하고 김 과장은 "중국 정부가 위조 경위를 확인해주지 않는 한 아무 문제 없을 것"이라며 이를 제지했다고 주장했다.
올해 3월 초 검찰 조사에 대비해 김 과장 등 다른 국정원 직원들과 함께 며칠간 숙소에 머물면서 "위조 사실을 몰랐다"는 취지로 거짓 진술을 하라고 요구받았다는 것이다.
김 씨는 증거위조와 관련해 "국정원과 검찰이 함께 한 일이었고 나는 간첩사건 공판검사들의 조사를 받는 줄 알았다"며 "하지만 검찰에 가보니 상황이 완전히 달랐다"고 회상했다.
또 "특별조사팀 조사를 받은 뒤 국정원이 사실을 은폐하기 급급하고 나를 통제·이용하려고만 한다는 느낌이 들었다"며 "국정원이 시킨 대로 하고 나서 배신당해 억울했다"고 토로했다.
수사과정에서 자살을 시도한 김 씨는 "10년간 알고 지낸 김 과장을 믿고 따랐는데 국정원에 이용을 당했다고 느꼈다"며 "죽음으로써 억울함을 호소해야겠다는 생각이 순간적으로 들었다"고 말했다.
김 씨는 증인선서 과정에서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고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김 씨는 국정원의 지시를 받아 탈북자 출신 서울시 공무원 유우성 씨의 북·중 출입경기록 등을 위조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으며, 검찰 참고인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범행 일체를 자백한 뒤 자살을 기도했다.
김 씨의 증언은 국정원 직원인 김 과장을 비롯해 이모 전 국정원 대공수사처장, 이인철 전 주선양 총영사관 영사 등 다른 피고인들이 증거위조 사실을 아예 몰랐다고 주장하는 것과 완전히 배치돼 법정공방이 예상된다.
한편, 국정원 김 과장의 변호인측은 김 씨의 검찰 진술이 미묘하게 엇갈리는 점, 김 과장에게 "모든 것이 제 소임이라고 자진출두하는게 좋겠다"는 내용의 카카오톡 메시지가 발견됐다는 점을 들어 김씨가 단순히 협력자가 아닌 증거조작을 주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