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협조자 "증거위조 밝히려 했지만 국정원 직원이 막아"

국정원 전경 (자료사진)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증거조작 혐의로 기소된 국가정보원 협조자 조선족 김모(61) 씨가 검찰 조사를 앞두고 공문위조 경위를 밝히려고 했으나 국정원 직원이 이를 막았다고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김우수 부장판사) 심리로 8일 열린 재판에서 김 씨는 "검찰 조사에서 공문 위조 경위를 밝히는 게 어떻겠느냐고 국정원의 김모 과장에게 제안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김 씨의 제안에도 불구하고 김 과장은 "중국 정부가 위조 경위를 확인해주지 않는 한 아무 문제 없을 것"이라며 이를 제지했다고 주장했다.

올해 3월 초 검찰 조사에 대비해 김 과장 등 다른 국정원 직원들과 함께 며칠간 숙소에 머물면서 "위조 사실을 몰랐다"는 취지로 거짓 진술을 하라고 요구받았다는 것이다.

김 씨는 증거위조와 관련해 "국정원과 검찰이 함께 한 일이었고 나는 간첩사건 공판검사들의 조사를 받는 줄 알았다"며 "하지만 검찰에 가보니 상황이 완전히 달랐다"고 회상했다.


또 "특별조사팀 조사를 받은 뒤 국정원이 사실을 은폐하기 급급하고 나를 통제·이용하려고만 한다는 느낌이 들었다"며 "국정원이 시킨 대로 하고 나서 배신당해 억울했다"고 토로했다.

수사과정에서 자살을 시도한 김 씨는 "10년간 알고 지낸 김 과장을 믿고 따랐는데 국정원에 이용을 당했다고 느꼈다"며 "죽음으로써 억울함을 호소해야겠다는 생각이 순간적으로 들었다"고 말했다.

김 씨는 증인선서 과정에서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고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김 씨는 국정원의 지시를 받아 탈북자 출신 서울시 공무원 유우성 씨의 북·중 출입경기록 등을 위조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으며, 검찰 참고인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범행 일체를 자백한 뒤 자살을 기도했다.

김 씨의 증언은 국정원 직원인 김 과장을 비롯해 이모 전 국정원 대공수사처장, 이인철 전 주선양 총영사관 영사 등 다른 피고인들이 증거위조 사실을 아예 몰랐다고 주장하는 것과 완전히 배치돼 법정공방이 예상된다.

한편, 국정원 김 과장의 변호인측은 김 씨의 검찰 진술이 미묘하게 엇갈리는 점, 김 과장에게 "모든 것이 제 소임이라고 자진출두하는게 좋겠다"는 내용의 카카오톡 메시지가 발견됐다는 점을 들어 김씨가 단순히 협력자가 아닌 증거조작을 주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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