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내각은 일본이 공격당했을 때뿐만 아니라 밀접한 관계에 있는 다른 나라가 무력 공격당했을 때도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면 실력을 행사하는 것이 허용된다고 결정했다.
동맹국이 침략이나 무력공격을 당해 위기에 처했을 때 일본이 나서 대신 방어·반격하겠다는 집단자위권 구상을 구체화한 것이다
일본은 그동안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지켜왔지만 아베 정권이 이를 33년만에 바꾼 것이다.
이로써 어떠한 경우에도 전쟁을 금지한 평화헌법의 핵심 내용이 무력해지게 됐다.
이를테면 북한의 도발로 미국이 위험해진다 판단되면 북한을 공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베 정부는 또 유엔 평화유지활동(PKO)에 참여한 자위대의 무기 사용 기준을 완화하고 분쟁 가능성이 있는 지역에서도 자위대가 활동할 수 있게 관련 법제를 정비하기로 했다.
일본 정부와 자민당은 이번 각의 결정을 토대로 자위대법 등 관련 법 개정에 나설 예정이다.
일본 정부의 이번 결정은 2차대전 전범국인 일본이 다시 ‘전쟁하는 나라’가 되는 첫 걸음이라는 점에서 심각한 우려를 금할 수 없다.
특히 일본이 위안부 문제를 비롯해 과거 침략의 역사에 대한 철저한 반성도 없이 전범국 지위를 벗고 군사대국으로 부상하려는 움직임은 동북아 지역의 평화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조치가 아닐 수 없다.
더 우려되는 것은 일본정부의 이번 헌법해석 변경이 아베 총리가 여러차례 공언한 평화헌법 개정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라는 점이다.
일본의 야당과 시민단체들도 “무력행사는 일본 열도의 방위를 위해서만 허용한다”는 전수방위(全守防衛) 원칙이 무너지고 이는 평화헌법을 무력화할 것이라며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특히 우려되는 것은 집단적 자위권 행사의 요건이 모호하고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어 일본 정부가 해석하기에 따라 전쟁을 할 수 있는 길을 열어두었다는 점이다.
북한의 급변사태가 발생할 경우 일본이 개입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우려도 나온다.
일본 정부의 집단자위권 행사 방침에 대해 미국은 지지입장을 밝히고 있다.
동북아 지역에서 일본의 방위 분담을 통해 중국을 견제하고 미국의 부담을 덜겠다는 계산 때문이다.
미국의 적극적 지지를 등에 업고 추진되는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로 인해 동북아 지역의 갈등과 대결이 격화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우리 정부도 미국의 입장 때문에 "한반도 안보와 우리 국익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 사항은 우리의 요청 또는 동의가 없는 한 용인될 수 없다"는 식으로 모호한 태도를 보여왔다.
정부는 앞으로 미국의 눈치를 보지 말고 동북아 정세의 안정과 평화라는 관점에서 일본의 군사대국화에 대해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