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 '삼성 백혈병 피해자' 보도…에둘러 비판

한혜경 씨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삼성에 취직했을 때 부모들은 바비큐 파티를 벌였다. 그러나 2년 뒤 갑자기 생리가 멈췄고, 한씨는 똑바로 걸을 수 없게 됐다. 병원에서는 뇌종양이라는 진단이 내려졌다. 이 모든 게 한국의 거대 기술기업이라는 삼성전자 공장의 독성물질 때문이라고 한씨와 가족들은 주장하고 있다.

25일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삼성 백혈병 피해자들의 사연을 비중 있게 보도했다. 신문은 '삼성은 한국의 가장 큰 성공으로 여겨지지만, 일부 직원들은 삼성이 그들을 아프게 했다고 말하고 있다'는 제목의 글에서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을 약속하면서도 정작 책임은 회피하는 삼성의 이중적인 태도를 꼬집었다.


최근 삼성은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에서 근무하다 산업재해로 의심되는 질환으로 투병 중이거나 사망한 직원과 가족들에게 공식 사과하는 동시에 합당한 보상을 약속했다. 삼성 직업병 피해자들이 문제 제기를 한 지 꼬박 7년 만이었다.

신문은 삼성이 안전 교육에 충실했다고 밝혀왔지만, 일부 정치인과 활동가들은 삼성 직원들의 건강 문제가 안전보다 생산성을 중시하고 노동조합 설립을 금지한 삼성의 잘못을 드러내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삼성 백혈병 피해자들의 산업재해 인정을 받아내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활동가들은 삼성의 공식적인 사과에 대해 '부분적인 변명'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실제로 삼성은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을 약속했지만 정확하게 책임을 인정하지는 않았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특히 신문은 삼성이 이건희 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앞두고 기업 이미지에 점차 민감해지고 있다는 전문가들의 견해를 소개했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인터뷰에서 "삼성이 한국의 변화하는 분위기를 감지했다"면서 "직업병 피해는 삼성의 상징적인 문제가 됐고, 이는 삼성이 매우 거만하고 완고한 기업으로 비치게끔 만들기 시작했다"고 진단했다.

신문은 삼성전자 공장의 문제점이 처음으로 드러난 것이 7년 전이었다며, 백혈병으로 사망한 고(故) 황유미·이숙영씨의 안타까운 사연을 소개했다. 또 그 이후로도 기흥 반도체 공장 생산 라인에서 일하던 200명의 직원들이 질병을 호소해왔다고 덧붙였다.

대부분의 의사들은 뇌종양이나 백혈병의 원인을 특정하기 어렵다고 말하지만, 그럼에도 방사선이나 벤젠에 대한 노출과 같은 요인들은 (발병에 대한) 위험을 증가시킨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실제로 미국 보건당국은 높은 수준의 벤젠에 장기간 노출되면 백혈병과 일부 암을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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