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 후보자 두 명이 국회 인사청문회에 서보지도 못하고 연이어 도중하차한 일도 사상 초유인데, 사퇴를 기정사실화한 총리를 두 달이 지나 유임시키는 건 또 무슨 해괴한 조치인가.
두 총리 후보자가 여론의 사전 검증에서 잇따라 낙마하고, 이로 인해 "국정공백과 국론분열이 매우 큰 상황"을 방치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는 게 청와대 설명이다. 문창극 총리 후보자의 자진 사퇴 이후 청와대는 새 후보자 물색작업에 들어가면서 '개혁성과 청문회 통과 가능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마땅한 인물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페쇄적인 인사스타일과 '끼리끼리'의 범주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이다. 나와 색깔이 다르거나 코드가 맞지 않으면 기용하지 않겠다고 하면, 통합과 개혁의 인물을 어디서 찾을 것인가. 세상은 넓고 인재는 많다고 했는데.
국정 공백은 길어지고 사람은 구할 수 없으니, 흘러간 물로 물레방아를 돌릴 수밖에 없다. 정 총리의 유임은 인사 실패를 스스로 인정한 것에 다름 아니다. 청와대가 당혹감과 공포감에 '멘붕'상태에 휩싸여 있을 것으로 짐작되기는 한다. 그런 한편으로 고집과 오기로 버티는 인상도 풍겨온다. 고육책이다.
그래놓고 인사 검증 실패를 보완하고 유능한 인재를 두루 발굴하기 위해 ‘인사수석실’을 신설하겠다고 한다. "철저한 사전검증과 우수한 인재발굴을 상설화할 것"이라고 해명한다. 기가 막힌다.
인사수석과 인사비서관이 없어서 그동안 인사검증에 실패하고 총리 후보가 연거푸 낙마했다는 뜻인데,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국민이 얼마나 될까. 인사책임론이 수도 없이 불거진 청와대비서실장이 보란 듯이 건재하고, '비선'인가 뭔가도 엄연하다는데 누가 믿겠는가. 삼척동자가 웃을 일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가 있다. 세월호 참사로 인한 국가적 환난을 극복하기 위해 국가를 개조하고 국민안전시스템을 만들겠다는 박 대통령의 약속이 깨졌다. 참사에 책임을 지고 그만두기로 한 총리를 다시 기용해서 공직사회를 개혁하고 적폐를 척결할 수 있을까. 청와대와 여권은 그럴 수 있으리라 진실로 믿는 것일까.
국가안전처를 신설하고 해경을 해체한들 '국가안전시스템'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적폐는 온존하고 공무원들의 복무기강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세월호 이전과 이후'가 근본적으로 달라지는 건 없다. 결국 국민은 실망하다 못해 체념할 것이다.
아울러 정권의 '레임덕'현상도 여느 정권보다 훨씬 빨라질 것이라는 우려도 커진다. 레임덕이 이미 시작됐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대한민국은 오늘도 제자리를 뱅뱅 맴돌며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아니, 오히려 뒤로 역주행하는 형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