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와 내통한 '가짜진보'의 민낯

[책]신자유주의와 공모자들

신자유주의의 탄생과 성장 그리고 미래에 관한 해설서
신자유주의와 공모자들/김성구 지음/나름북스
 
경제학 지식이 없더라도 이제 신자유주의 비판은 시민적 상식이 됐다. 신자유주의는 그만큼 평범한 사람들의 삶과 일상도 지배하게 됐다. 하지만 우리가 어느 날 갑자기 신자유주의에 지배당하게 된 것은 아니다.

신자유주의는 IMF 경제 위기 이후 본격화했고 김대중·노무현 두 번의 민간 정권에서 결정적으로 확산 고착됐다.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오늘날 한국 사회가 겪는 여러 문제를 논할 때 '신자유주의'는 그 원인으로 단연 자주 언급되는 단어가 됐다. 국내뿐이 아니다. 세계적으로도 신자유주의는 현재 자본주의 세계의 모순을 설명하는 핵심 키워드가 되었고 많은 이가 신자유주의를 비판한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이 신자유주의란 게 정확히 무엇이고 언제부터 어떻게 우리 사회를 지배하게 되었는지 여전히 혼란스럽다. 그래서인지 과거 한 대통령은 자신을 '좌파 신자유주의'라고 칭하기도 했다.

너도나도 신자유주의를 비판하게 됐지만 역설적이게도 신자유주의는 여전히 자본주의 세계의 지배적인 경제사상이자 정책이다. 한국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김대중 정부 이후 전면화한 신자유주의의 지배는 현재의 박근혜 정부까지 계속 유지되고 있다.

'신자유주의와 공모자들'은 이 같은 역설적 상황과 '왜 우리는 신자유주의에 지배당하게 되었을까' 라는 물음에 국내 대표 좌파 경제학자인 김성구 교수가 답한 칼럼집이다. 책은 신자유주의의 역사적 기원과 형성 등 그 개념을 살피고 한국에서 신자유주의가 관철된 과정을 추적한다. 또 2008년 세계 금융 위기 이후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는 신자유주의 향배에 관한 논쟁을 비판적으로 검토했다.

전체 5부와 부록으로 구성된 '신자유주의와 공모자들'은 1부 '신자유주의의 개념과 역사'에서 신자유주의가 등장하게 된 역사적 배경, 이론사적 계보 등에 대해 상세히 설명한다. 저자에 따르면 이론사적으로 신자유주의는 1930년대 독일에서 오이켄에 의해 제시되어 제2차 세계대전 종전 후 구서독에서 사회적 시장경제론으로 발전한 경제사상을 지칭한다.


1930년대에 자본주의의 국가독점자본주의로의 발전 속에서 자유주의가 위기에 처했을 때 이에 대한 자유주의의 대응은 사회적 자유주의로서 케인스주의와 오이켄의 신자유주의(질서자유주의)로 나타났다. 책은 (구)자유주의와 신자유주의의 핵심적 차이를 다음과 같이 서술한다.

"구자유주의는 자본주의 시장의 일반적 조건(외적 조건:사적 소유와 시장경제를 위한 헌법과 민법·형법의 제정, 화폐발행과 관리를 위한 중앙은행 제도의 정비, 사회간접자본 등)을 창출하기 위한 국가의 개입을 요구하지만, 그러한 조건이 창출되면 시장 경쟁의 자유로운 운동이 최적 균형을 달성한다고 주장하고 그 이외의 국가의 개입을 일체 부정한다. 반면 신자유주의는 시장 경쟁의 자유로운 운동이 시장 경쟁의 조건 자체를 파괴하는 경향(독점화 경향과 계급 대립 경향)을 발전시키므로 국가는 이 경향을 차단하는 정책(반독점 정책과 사회복지 정책)으로 시장 경쟁 질서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름 아닌 이 두 정책의 인정 여하가 구자유주의와 신자유주의의 차이의 핵심을 이룬다." _p.32
 
이처럼 이론사적으로 신자유주의는 시장 경쟁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국가 개입의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선 반독점 정책과 사회복지 정책을 추진하면 신자유주의가 아니고 일체의 국가 개입을 배제하면 신자유주의인 것처럼 왜곡된 채 개념이 통용됐다. 책은 이렇게 개념 사용에 있어 혼란이 발생한 이유에 대해서도 짚는다.

2부에서는 김대중 정부로부터 현재의 박근혜 정부까지 계속되고 있는 신자유주의적 지배에 관한 기록이며, 3부는 신자유주의 지배에 공모한 시민운동 등 '가짜 진보'와의 논쟁을 담고 있다. 저자의 비판엔 성역이 없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뿐 아니라 민주노총 등 진보 진영도 비판의 대상이 된다.

특히 책은 한편으로는 재벌 규제 등을 외치며 진보적 이미지를 취하고, 다른 한편에선 신자유주의의 확산을 도모한 시민운동의 기만적인 이중성을 낱낱이 폭로한다. 그는 이들이 신자유주의와 투쟁한다고 하면서 실제로는 신자유주의 확산을 도모했다며 김대중·노무현 정부는 물론 민주노총, 참여연대 등에도 비판의 칼날을 겨눈다. 그

는 이들 간의 신자유주의 연대가 한국에서의 신자유주의 관철에 보수주의자들보다 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분석하고 "진정으로 신자유주의를 넘어가고자 한다면 이들과의 논쟁을 우회해선 안 된다"고 강조한다. 보수 진영도 그의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다. 4부에서 그는 단편적 지식을 내세우는 보수 학자들의 경제민주화 논쟁을 비판적으로 검토한다.

그는 한국에서 보수·진보 간 경제민주화 논쟁은 본질적으로 영미형 신자유주의와 독일형 신자유주의의 논쟁일 뿐 진보적 전망은 없었다고 비판한다. 결국 신자유주의라는 기준으로 보면 한국의 보수파와 진보파는 경쟁 관계라기보다 동맹 관계에 가깝다고 일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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