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케리 미 국무장관이 '2014년 인신매매 실태 보고서'를 발표하기 위해 이 곳에 들어섰다. 그의 뒤편에는 낯선 얼굴의 남녀 10명이 자리를 함께 했다.
케리 장관은 보고서 발표에 앞서 이들 10명을 '영웅(hero)'이라고 부르며 각별한 감사와 경의를 나타냈다. 이들은 페루와 나이지리아,콩고, 베트남 등 전 세계 곳곳에서 인신매매 퇴치를 위해 헌신해온 비정부기구(NGO) 활동가와 법률가, 경찰 등이었다.
미 국무부는 지난 2001년부터 해마다 모든 국가를 대상으로 현대판 노예제라 할 수 있는 인신매매 실태와 방지 노력을 조사 발표하고 있다.
지난 2009년부터는 전세계 시민단체와 피해자 보호기관 등으로부터 추천을 받아 '인신 매매 퇴치 영웅'을 선정하고 보고서 발표 때 함께 시상을 하고 있다.
이날 선정된 '영웅' 가운데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이는 한국의 고명진(44) 센터장이다. 고씨는 성매매 피해 여성들의 인권 보호와 자활을 지원하는 서울시 '다시함께 센터'의 센터장으로 지난 10년간 이 분야에서 헌신해왔다.
그의 주된 활동은 피해 여성들에 대한 상담과 법률, 의료 지원을 통해 성매매와 성폭력을 방지하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미 국무부의 '영웅'으로 선정된 소감을 묻자 고 센터장은 "개인적으로는 영광스러운 일"이라면서 "이번 수상을 계기로 성매매가 사람을 피폐하게 만드는 반인도적 범죄라는 사실을 알리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시원시원하게 말을 이어가던 고 센터장에게 "활동하면서 어려움은 없느냐"고 묻자 성매매에 대한 인식 부족이 가장 힘들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고 센터장은 "성매매가 결국 사람을 착취하다는 인식이 부족하고 여성들의 피해에 대해서도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가 있다"고 했다. 이 때문에 고 센터장의 활동이 우리 사회에서 꼭 필요한 일이라는 사회적 인식도 아직은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고 센터장은 앞으로 LA와 신시내티 등 미국 각 도시의 반 인신매매 활동가들과 만나 정보를 교류하고 연대 활동 등을 모색한 뒤 오는 28일 귀국할 예정이다.
한편, 이날 발표된 보고서에서 한국은 인신매매 척결 노력 분야에서 1등급 국가로 분류됐다. 하지만 여전히 취업이나 결혼을 위해 한국에 온 뒤 성매매와 노동을 강요받는 외국인이 있고 한국 여성은 국내 뿐 아니라 미국과 일본, 호주 등지에서 강제 성매매에 시달리기도 한다는 지적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