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대학입학 시험인 '가오카오'(高考·고등교육기관 입학시험)에서 대리 응시 등 각종 부정이 있었던 것으로 밝혀지면서 중국 사회가 한탄하고 있다.
지난 7일과 8일 치러진 세계 최대 규모의 대입시험인 '가오카오'에서 조직적이고 광범위한 대리 응시 행위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고 중국 언론은 전하고 있다.
입시 당일 산둥(山東)성 지난(濟南)시에서 18명이 대리 응시가 적발된 것을 시작으로 지난 17일 허난(河南)성에서 무려 127명의 대리시험 혐의가 확인되면서 공안당국이 수사에 착수했다.
중국의 대리시험은 이미 하나의 지하산업이 됐을 정도로 고도로 전문화 조직화돼 있다.
학부모들의 의뢰를 받아 대리시험을 조작하는 전문가와 조직이 존재하고, 이들은 고사장을 물색해 사전준비를 마치고 대학생을 상대로 대리응시자를 모집한 뒤 대입시험장에서 대리시험을 진행하는 전 과정을 시스템화해서 진행하고 있다.
사전준비 과정에서 전문 조직은 시험감독당국과 감독교사 등 관련된 사람을 모두 매수하는데 이 때문에 대리응시자가 아무런 제재없이 시험장에 들어가고 심지어 신원 확인을 위한 지문식별 때 지문이 다르더라도 통과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중국 언론은 전하고 있다.
시험장 한 곳에서 이른바 대리시험 조작을 하는데 필요한 착수금은 7만 위안(약 1천2백만 원)이고, 대리응시자는 시험이 끝난 뒤 얻은 점수에 따라서 사례금을 차등 지급받는데 명문대학인 중점대학에 합격 가능한 점수면 5만 위안(약 850만 원)을 받게 되는 등 금액도 정형화 돼 있다.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중국 명문대 입학 가능 점수을 얻을 경우 사례금을 서로 상의해서 결정하게 되는데 이는 부르는 게 값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입시 부정의 근본 원인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입시 경쟁과 취업난 때문이다.
중국에서는 2000년대 중반부터 대졸자 취업난이 사회 문제로 부각되고 있는데 명문대 입학과 취업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그러다보니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좋은 점수를 얻어 좋은 대학을 가기만 하면 미래가 보장된다는 그릇된 인식이 넘쳐나고 있다.
이와 함께 중국 사회가 부패와 편법에 둔감해진데다 수 천 년 지속돼온 중국의 매관문화에서 입시 부정의 뿌리를 찾을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하고 있다.
물론 어느 정도 재력이 있는 사람들 얘기지만, 아이들이 태어나자마자 학군이 좋은 곳으로 이사하는 현상도 보편화되고 있고 가오카오뉴사오(高考牛校)라는 별칭이 붙은 입시 명문고들은 엄청난 인기를 누리고 있다.
베이징과 상하이 등 대도시의 사교육 열풍은 원조 한국을 뛰어 넘은 지 오래다. 지난해 중국의 사교육 시장 규모는 1조1,000억 위안(약 180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왜곡된 교육열풍은 사회 모순을 더 심화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 여러 가지 부작용 가운데 가장 심각한 것은 사회 불평등의 심화이다.
통계를 보면 지난 10여 년 중국의 고등교육 규모는 커졌지만 농촌 출신 학생이 유명 대학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점점 낮아지고 있다. 베이징(北京)대학의 농촌 출신 학생 비율은 10년 새 30%에서 10%로 떨어졌다.
도시와 농촌의 교육 불균형 때문에 아이들이 농촌에서 유치원이나 초·중학교를 다니면 이미 출발점부터 '지는 길'에 들어서는 꼴이 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교육 공평은 사회 공평의 마지노선’이라고 부르짖으며 대책마련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농촌 학생들이 대입시험을 아예 포기하는 현상이 만연하고 있다.
가오카오가 치러지던 7일 중국 남방도시보는 산둥성과 광둥성의 어린 학생들이 생계를 위해 학교를 그만두고 공장으로 가기 위해 가짜 신분증을 만들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