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정홍원 국무총리 후임으로 지명된 문창극 총리후보자는 총리지명 10일만에 낙마 위기에 처했다. 중앙아시아를 순방중인 박근혜 대통령은 문창극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준동의안을 제출하지 않고 있다.
야당은 물론 여당이 부적격 판정을 내리고 불가입장을 밝히고 있는데다 언론을 통해 문 후보자의 문제점들이 낱낱이 드러나 여론이 돌아섰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귀국 뒤에 문창극 후보자 문제를 어떻게 할 지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통령이 총리후보자를 임명해 놓고 인준동의안 전달을 미룬 사례는 초유의 일이다. 한번 옳다고 믿는 바에 대해서는 과감한 추진력을 보여온 박근혜 대통령의 스타일로 미뤄볼 때 인준동의안 제출을 미룬 것은 문창극 후보자를 끌어안고 가기에는 부담이 너무 크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분석된다.
총리 후보자 낙마 가능성이 높아지자 여권내부에서는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 책임론까지 불거지면서 여권 전체가 인사의 깊은 수렁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형국이다.
새누리당 김용태 의원은 19일 CBS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사안은(문창극 후보자)검증실패라기보다는 여론흐름을 제대로 읽고 상황에 대처하지 못한 것"이라며 "문제가 있으면 빨리 철회를 했어야지 질질 끌다가 이 지경까지 온 것으로, 인사에 간여한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친박 성향 의원들은 '김기춘 실장을 경질할 경우 그 부담이 대통령에게 바로 전가된다'며 부정적이지만 새누리당 다수 의원들은 두 번이나 인사실패를 초래한 김기춘 실장의 사퇴를 당연시하는 분위기다.
지난 5월 말 안대희 총리후보자 자진사퇴에 이어 문창극 후보자까지 낙마위기에 처하면서 여권은 인사대재앙에 직면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5월 세월호 참사 수습책으로 19일 눈물의 사과를 하고 이어 22일 안대희 전 대법관을 총리후보로 발탁했지만 이같은 노력들은 이내 물거품으로 돌아가고 말았다.
이후 문창극 후보자까지 인사실패 가능성이 커지면서 박근혜 대통령과 여권은 2013년 정부출범 후 최대의 정치적 위기를 맞고 있다. 세월호 대응과정에서 보여준 무능과 잇따른 인사실패로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지지율은 추락하고 있고 내각은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로 정홍원 국무총리가 사의를 밝힌 것은 지난 4월 27일이지만 두 달이 다 돼도록 총리인선 조차 제대로 진행하지 못해 정부의 국정어젠다 추진이나 세월호 후속대책이 사실상 중단된 상황이다.
여권 전체의 지지율이 동반 추락하면서 다가오는 7.30재보선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현재까지 14군데의 선거가 확정돼 미니총선급으로 선거판이 커진데다 자칫 선거결과에 따라서는 원내과반수마저 무너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세월호에서 시작된 여권의 위기가 잇따른 인사실패를 겪으면서 증폭되고 있고 청와대와 대통령은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무기력과 무능을 드러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