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P 통신은 18일(현지시간) 이라크 반군 '이라크·레반트 이슬람국가'(ISIL)가 북부 살라헤딘주(州) 바이지에 있는 이라크 최대 규모의 정유공장을 공격했다고 보도했다.
이 정유공장은 하루에 30만 배럴의 원유를 처리할 수 있는 규모로 바그다드를 비롯한 이라크 상당수 지역에 석유를 공급하고 있다.
ISIL은 이날 새벽 4시께부터 박격포와 기관총을 동원했으며 이로 인해 공장 내 창고 등이 불에 타며 거대한 연기구름이 형성됐다. ISIL은 공장 내로 진입해 일부 시설을 파괴했다.
공장은 ISIL의 공격을 우려해 이미 전날 생산을 멈췄으며, 공장에 근무하던 외국인 근로자들 역시 대피한 상태였다.
ISIL의 계속되는 진격에 이라크 내 원유 생산량 90%를 차지하는 남부지역의 다국적 석유기업들 역시 철수 채비를 하고 있다.
남부 루마일라 유전에 진출한 영국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 밥 더들리 최고경영자(CEO)는 "생산은 계속 하고 있지만 비(非)필수인력은 이미 떠났다"고 말했다.
남부 웨스트 쿠르나 유전에 진출한 미국 엑손모빌 역시 근무 인원을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바그다드 동부 바드라 유전의 러시아 가스프롬네프트 측도 "계획대로 운영하고 있지만 '플랜 B'(제2안)도 짜고 있으며 이에는 철수도 포함된다"고 했다.
인도 역시 정부 차원에서 "이라크 원유 공급이 끊길 경우를 대비해 긴급 대책을 마련하라"라는 지시를 정유사들에 내렸다고 로이터 통신이 17일 보도했다.
이라크 남부 유전은 북부에서 봉기한 ISIL의 영향권에선 매우 먼 곳이다. 이라크 정부는 남부 정유시설에 10만 명의 무장 경찰을 투입하며 철통 경비를 약속했다.
그러나 석유기업들은 북부 모술과 티크리트 등을 약 1주일 만에 점령한 ISIL의 빠른 진격 속도에 긴장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이에 따라 하루 320만 배럴 수준인 이라크의 원유 생산량은 증산을 계획하는 이라크 정부의 의도와는 반대로 오히려 줄어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영국 컨설팅회사 에너지 애스펙츠는 근로자들이 대피하면서 이라크 정유시설의 생산 속도가 느려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은행 메릴린치도 올해 중 이라크의 원유 생산량 확대는 어려울 것이며 향후 원전개발 계획 역시 취소될 가능성마저 있다고 내다봤다.
국제에너지기구(IEA)도 17일 이라크 사태로 이라크와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원유 증산 목표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IEA는 석유시장 중기 보고서에서 2019년 이라크 원유 생산량 전망치를 10% 낮추고 "정치적 혼란과 안보 우려가 증산에 점차 더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