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후보자는 지난 4월쯤 초빙교수 신분으로 서울대에서 '저널리즘의 이해'라는 과목을 강의하는 과정에서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일본으로부터 사과를 받을 필요가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CBS 6월 12일자 보도)
이같은 문 후보자의 역사 인식은 지난 2005년 3월 '나라의 위신을 지켜라'란 제목의 칼럼에서도 드러난다. 그는 이 글에서 "위안부 배상문제는 이미 40년 전에 끝났다"며 "끝난 배상문제는 더이상 거론하지 않는 것이 당당한 외교"라고 주장했다.
위안부 문제에서 드러난 문 후보자의 인식이 일본 정부의 입장과 다를 게 없는 것은 차치하고, 이런 태도가 박근혜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과 상반된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당장 노광일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위안부 배상 문제는 청구권협정으로 소멸이 안 됐다고 보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라며 "그간 늘 밝혀왔듯이 우리 피해자분들이 납득할 만한 수준으로 (위안부 문제가) 해결되어야 된다"고 말했다.
한일 관계에서 위안부 문제를 일종의 원칙으로 놓고 강하게 나가는 것은 박근혜 대통령의 뜻이라는 게 정부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실제로 박 대통령은 지난 4월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뒤 기자회견에서 "일본이 위안부 문제에 대해 실질적 대안을 갖고 진정성 있는 노력을 해나갈 때 신뢰의 끈이 연결되면서 당시 이뤘던 협력의 모멘텀도 살려나갈 수 있다"며 이런 노력이 없다면 '최소한의 모멘텀도 없다'고 언급한 바 있다.
집권 2년차에 들어서기까지 미국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박 대통령이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지 않은 것도 일본 측의 '진정성 있는 태도 변화'가 없다는 게 그 이유다.
어느 때보다 '책임 총리'가 요구되는 국면에서, 문 후보자의 소신이 정부 공식 견해와 극명하게 대조되는 데 대해 이만열 전 국사편찬위원장은 "박 대통령이 위안부 문제의 사과를 요구하며 한일정상회담도 안하고 있는 상황에서 문 후보자의 태도는 대통령을 보필하는 데도 맞지 않고 총리 자리에도 맞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