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주의 이슬람 무장단체인 '이라크·레반트 이슬람국가'(ISIL)의 통제력이 아직은 석유 생산을 위협하는 수준은 아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국제유가 상승 요인을 제공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알카에다의 분파인 ISIL은 10일 이라크 제2도시 모술에 이어 11일에는 살라헤딘 주의 티크리트를 장악했다. 올해 초 수중에 넣은 서부 안바르주 라마디와 팔루자를 합치면 이라크 중앙정부 관할지역 가운데 30%를 확보한 셈이다.
FP는 이라크의 주요 유전과 수출 경로가 남부에 몰려있기 때문이 현재의 위기가 당장은 국제유가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북부의 주요 석유 산지는 쿠르드자치정부(KRG)가 관할하는 동북부 키르쿠크 지역인데, ISIL는 이곳을 우회해서 남하하고 있다.
이 지역에서 유전을 운영하는 셰브론사와 터키-영국 합작사인 제너럴에너지는 원유 생산과 운송이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키르쿠크 타크타크 유전에서 터키 남부 항구도시인 제이한으로 이어진 송유관도 테러 위험 때문에 지난 3월부터 석유 운송을 중단한 상태여서 ISIL 세력 확대에 따른 직접적인 손실은 없다고 FP는 전했다.
FP는 그러나 현재 국제 석유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석유수출국기구(OPEC) 2위 산유국인 이라크의 증산이 필요한 상황에서 악재가 불거진 점을 불안 요인으로 꼽았다.
특히 분쟁 지역인 리비아와 수단의 생산량이 줄고 이란에 대한 제재가 계속되는 가운데 이라크 사태가 악화할 경우 유가 상승으로 이어지며 국제경제에 심각한 악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고 FP는 진단했다.
이라크의 지난달 석유 수출은 올해 들어 최고치였던 2월의 하루 평균 2천800만배럴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앞서 이라크 정부는 쿠르드자치정부 지역을 포함해 올해 석유수출을 하루 340만배럴 수준으로 늘릴 방침이었다.
그러나 북부 송유관 운송 중단 등의 여파로 목표 달성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으며 ISIL이 세력을 확대하면서 송유관 보수 작업도 언제 마무리될지 알 수 없게 됐다.
에너지 관련 컨설팅 회사인 에너지에스펙트의 암리타 센 애널리스트는 "(이라크 사태의) 단기적 악영향이 있고 없고를 떠나서 현재 상황은 그 자체로 좋지 않다"며 "이라크가 충분히 증산을 해줘야 하는데 지금 상황에서는 이뤄지기 어렵다고 봐야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