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따라 미국 정부가 추가로 서부해안에 설치하려던 지상배치 요격미사일(GBI) 배치계획이 보류 또는 연기될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11일(현지시간) 워싱턴 외교소식통들에 따르면 미국 비확산 전문가인 톰 콜리나는 지난주 미국 군축·비확산센터에 기고한 글에서 "신뢰할 수 없는 시스템을 급격히 늘리기 보다 국방부는 이미 배치한 시스템을 제대로 고쳐야 한다"고 비판했다.
콜리나는 "미국 정부가 북한 위협에 대응하는 MD 시스템의 핵심인 GBI와 관련해 1999년부터 2013년까지 14년간 무려 16차례에 걸쳐 요격실험을 실시했으나 이중 50%인 8차례만 성공했다"고 밝혔다.
콜리나는 "초반 8차례 실험에서는 5차례만 맞춰 62%의 성공률을, 후반 8차례 실험에서는 3차례만 맞춰 37%의 성공률을 각각 기록했다"며 "이 같은 실험실패는 MD시스템의 신뢰도에 대한 근본적 우려를 높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국방부는 오는 2017년까지 10억 달러를 들여 현재 알래스카와 캘리포니아 반덴버그 기지에 배치된 지상발사 요격 미사일 30기 이외에 추가로 14기를 배치할 계획이라고 지난해 3월 공식 발표했다.
국방부는 특히 오는 22일 실시하는 GBI 요격실험 결과에 따라 GBI 추가 배치작업에 속도를 낸다는 입장이다. 이 실험에 쓰이는 요격체(킬 비클)는 CE-2 버전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콜리나는 "CE-2는 지금까지 두차례 요격실험을 실시해 모두 실패했다"며 "이번에 성공하더라도 3번 가운데 한번만 성공한 셈이 된다"고 지적하고 "야구에서는 3할3푼3리가 대단한 성적이지만 미사일 방어에 부적합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앞선 버전인 CE-1도 지난해 7월 요격실험에서 실패했다"며 "문제점을 완전히 교정해 재설계하지 않고 무작정 시스템을 확대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밝히고 "설령 이번 요격실험이 성공하더라도 이를 시스템 확대를 정당화하는 구실로 삼아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미국의 MD체계 추진이 얼마나 시기상조이고 신뢰하기 어려우며 고비용인지를 알아야 한다"며 "10년 뒤에도 미국에 대한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위협이 임박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MD 시스템이 이처럼 신뢰도 논란에 휩싸인 것은 기술적 성능과 신뢰성을 충분히 검증하지 않은 채 정치적 고려에 따라 지나치게 성급하게 추진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프랭크 켄달 미국 국방부 조달·기술·군수 담당 차관도 지난 2월 "MD체제가 논란이 되는 근본원인은 너무 빨리, 너무 싸게 배치하려고 했기 때문"이라며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서 우리가 가진 문제점을 다시 따져볼 방침"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상원 군사위를 지난 4일 통과한 국방수권법에 미사일 방어 요격체 기술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예산으로 10억3천만 달러를 배정했다.
이에 따라 오는 22일 GBI 요격실험 결과가 서해안 미사일 배치계획은 물론 미국 의 전반적 MD시스템의 향방에도 적지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페피노 드비아소 미국 국방부 MD정책국장은 지난주 브루킹스연구소가 주최한 한 콘퍼런스에서 "이번 요격실험 결과가 펜타곤이 북한의 위협을 막기 위해 지상배치 요격미사일 14기를 추가 배치하는데 중요한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말했다고 외교소식통들이 전했다.
미국 MD 체제의 신뢰성을 둘러싼 논란이 제기되면서 이미 미국 MD체제에 편입된 일본은 물론이고 독자적인 한국형 미사일방어체제를 추진하면서도 미국 MD와의 상호운영성을 높이려는 우리 정부의 정책적 입장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