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경기에 앞서 이 감독은 베테랑 포수 조인성을 한화로 보내고 이대수-김강석을 받은 트레이드에 대해 "감독의 의사를 무시한 구단의 일방적인 처사"라며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SK 구단은 "이 감독이 1 대 1 트레이드는 불가하다고 해 1 대 2 카드를 만들어 얘기까지 끝난 상황이었는데 오해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하루 만에 표면적으로 갈등은 봉합된 모양새가 됐다. 5일 경기 전 이 감독은 "어제 경기 후 민경삼 단장이 감독실을 찾아 여러 얘기를 나누면서 오해를 다 풀었다"고 말했다. 이어 "팀을 잘 이끌어 좋은 성적을 내는 내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고, 민 단장도 잘 지원하고 돕겠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 감독은 어떤 오해를 풀었는지에 대해서는 답하지 않았다. 사실 이 감독이 구단 프런트를 비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조인성 트레이드 소문이 불거졌던 지난 4월에도 이 감독은 강도 높게 구단에 서운함을 드러냈다.
4월 8일 두산과 잠실 원정을 앞두고 이 감독은 "선수의 이적 소문을 감독이 모르고 있다는 것은 구단이 골탕을 먹이려고 하는 것이 아니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올해 출전 기회가 뜸한 조인성이 구단 프런트에 최근 떠돌고 있는 트레이드설을 문의한 것이 기사화된 것을 염두에 두고 한 말이었다.
당시 SK 구단은 취재진에게 오해가 있었음을 강조하며 이 감독의 발언에 대한 보도 자제를 요청했다. 이후 조인성도 출전 기회를 잡으면서 일단 이 감독과 구단 갈등은 수면 밑으로 가라앉는 듯했다.
그러나 약 두 달 만에 똑같은 일이 발생했다. 실제 성사된 트레이드를 놓고 이 감독과 구단이 극명한 견해 차이를 보이면서 폭탄 발언까지 나온 것이다. 일련의 사건을 놓고 보면 이 감독과 구단이 이미 건널 수 없는 강을 사이에 둔 것처럼 보인다. 일단 오해가 풀렸다고는 했지만 곪아터진 갈등이 완전히 해소됐다고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만수-SK, 2007년부터 8년째 동거
이 감독의 3년 임기는 올해까지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하위권에 처져 재계약을 장담하기 힘들다. 시즌이 절반도 지나지 않았으나 2012년까지 6년 연속 한국시리즈(KS) 진출에 3번 정상에 올랐던 SK였던 만큼 포스트시즌 진출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는다.
사실 이 감독과 SK 구단은 밀월 관계였다. 지난 2007년 이 감독은 미국 시카고 화이트삭스 코치에서 SK 수석코치로 국내 복귀했다. 당시 이 감독의 복귀에는 당시 김성근 감독(현 고양 원더스)의 계약이 끝나는 2년 뒤 사령탑 승격이라는 전제 조건이 달렸다는 게 야구계 정설이다.
그러나 김성근 감독이 2년 연속 KS 정상에 오르는 등 지도력을 인정받아 3년 연장 계약을 맺게 됐다. 그러면서 이 감독의 사령탑 선임도 미뤄졌다. 김성근의 SK는 2010년에도 정상에 오르면서 최강 전력을 뽐냈고, 이 감독이 지휘봉을 잡을 가능성은 희박해 보였다.
다만 김 감독과 당시 SK 구단 신영철 대표이사가 불편한 관계에 있었던 것이 기회가 됐다. 자부심이 강한 김 감독과 신 대표가 충돌하는 경우가 잦아지면서 틈이 생겼다. 연장 계약 과정에서 구단의 마음이 떠난 것을 확인한 김 감독이 자진 사퇴하면서 수석코치던 이 감독이 2011시즌 중반 대행으로 앉게 된 것.
이 감독은 그해 KS에 진출했고, 시즌 뒤 정식 감독으로 승격해 3년 계약을 맺었다. 민 단장은 구단 운영본부장 시절부터 단장에 오른 뒤 신 대표를 보필해오면서 그 과정을 겪었다. 신 대표가 2012시즌을 끝으로 임기를 마감한 뒤에도 민 단장과 이 감독은 두 시즌을 함께 보내고 있다.
그러면서 SK는 NC에 5-9로 져 3연패를 당한 4위 넥센과 2경기 차, 한화를 10-1로 제친 5위 롯데와 1경기 차로 포스트시즌 진출에 대한 희망을 이었다. 이 감독은 경기 후 "선수들이 갈수록 잘 뭉치는 모습이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감독과 구단이 다소 불편한 동거의 모양새를 보이고 있는 SK. 과연 갈등의 일시적 봉합이 아니라 완전한 해소로 반등을 이뤄낼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