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책무'vs'납치독려' 美병사 석방에 논란 가열

야당, '잘못된 메시지 전달·사기 저하' 강력 비판

척 헤이글 미국 국방장관이 1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바그람의 미군 공군기지를 전격 방문, 약 5년간 탈레반에게 억류됐던 보 버그달(28) 병장의 석방 소식을 알렸다.

헤이글 국방장관이 "오늘은 기쁜 날입니다. 우리의 일원이 되돌아왔기 때문입니다"라고 전했지만 예상과 달리 장병들은 박수도 치지 않고 그저 침묵만 지켰다.

AP통신은 이에 대해 "단순히 군의 수장 앞에서 감정을 아낀 것인지, 아니면 버그달에 대한 어떤 의혹 때문인지 불분명하다"고 전했다.

아프간 탈레반 간부 5명과의 맞교환을 통한 '아프간 전쟁의 마지막 미군 포로' 버그달의 귀환이 미국 정가에 또 다른 논란에 불씨를 당겼다.

정부는 이번 교환이 '전장에 어떤 병사도 남겨두고 나오지 않는다는 원칙'에 따른 거라지만, 야당인 공화당 등 일부에서는 이번 결정이 도리어 테러를 부추길 거란 비판을 강하게 쏟아내고 있다.


공화당 대권 후보 중 선두주자 격인 테드 크루즈(텍사스) 상원의원은 1일 ABC 방송에 나와 이번 결정이 "다른 미군 장병들에게도 가격을 매긴 것"이라며 테러집단에 미국인 납치를 독려하는 잘못된 메시지를 줬다고 비판했다.

크루즈 의원은 "(테러집단과) 거래를 한다는 게 파병 병사들에게 무슨 생각을 들게 하겠나"라고 물었다. 또 "맞교환한 5명의 탈레반 간부를 잡기 위해 얼마나 많은 병사가 희생됐나"라고 날을 세웠다.

같은 당 존 매케인(애리조나) 상원의원도 "풀어주기로 한 5명은 '극렬분자 중에서도 가장 극렬한 인물들"이라고 비난했다. 다른 공화당 의원은 이들이 다시 아프간 전선으로 되돌아간다면 "경악"이란 말 외엔 표현할 길이 없다고 했다.

공화당 애덤 킨징어(일리노이) 하원의원은 오바마 정부가 독단적으로 포로 교환을 결정했다며 '절차상 문제'를 꺼냈다. "5명이나 되는 탈레반 간부를 의회를 거치지도 않고 풀어준 것"은 잘못됐다는 것이다.

역시 공화당 소속인 하워드 벅 매키언(캘리포니아) 하원 군사위원장 등도 정부가 관련법을 어겼다고 주장했다. 현행 미국법은 테러리스트를 미국 시설에서 다른 곳으로 옮길 때 30일 전 의회에 알리도록 하고 있다.

공화당의 격한 반응에 미국 정부 측이 즉각 해명에 나섰다.

수전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CNN에 나와 "버그달의 건강이 좋지 않아 30일을 기다릴 수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백악관도 이번 임무는 법률이 예외를 인정한 '특별하고 긴급한 상황'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일각에서 버그달이 '탈레반에 생포된 게 아니라 투항했다'는 주장도 나오면서 논란을 부채질하고 있다. 지난 2012년엔 대중문화 전문지 '롤링스톤스'는 버그달이 아프간 주둔 미군에 환멸을 느끼고 탈영을 결심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헤이글 장관은 그러나 "현재로선 버그달의 심신을 회복해 가족과 재회하는 게 급선무"라며 명쾌한 답을 피했다. 익명의 국방부 관계자도 군이 앞으로 조사를 하겠지만 현재의 기류는 '그가 충분히 고생했다'는 것이라고 AP 통신에 전했다.

아프간 내에서도 미국 정부가 탈레반 간부 5명 풀어준 것을 놓고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포로교환 사실을 아프간 정부에 미리 알리지도 않은 데다가 이들 중 일부는 반대 종파 대량학살에 가담한 '요주의 인물들'이기 때문이다.

현재 오바마 정부는 2016년 말까지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 대다수를 철수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런 이유로 아프간에 남은 마지막 포로를 성급히 데려오려 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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