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주민번호 도용해 탈세하는 해외구매대행업체 기승

수입신고 대행해 준다며 주민번호 받아서 관세 탈루에 악용

해외화장품 구매대행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는 김 모씨는 몇 년 전부터 해외 직접구매(직구) 열풍이 불며 주문량이 늘어나자 콧노래를 부르는 날이 잦아졌다.

그런데 매출이 증가할수록 내야 하는 세금도 함께 커지자 분유에 붙는 36%의 관세와 화장품에 붙는 8%의 관세 등 내야하는 세금이 점점 아까워지기 시작했다.

세금을 줄일 방법을 고민하던 김씨는 개인이 자신이 사용할 목적으로 15만원(물품가격과 배송비 등이 포함된 총과세가격 기준) 이하인 물품을 수입할 경우 관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는 제도를 악용해 관세를 탈루하기로 마음먹었다.

해외직구를 위해서는 주민번호 등이 포함된 수입신고서를 관세당국에 제출해야 하는데 수입신고 대행 명목으로 고객에게 받은 주민번호를 도용해 판매용 물품을 개인용 물품으로 둔갑시켜 화장품과 분유 등을 수입하기 시작한 것.

여러 고객의 이름으로 소액 단위 수입을 하면 개인용 물품이 수입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수십억 원 어치를 사오더라도 관세를 한 푼도 내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노렸다.

김씨는 이렇게 수입한 화장품과 등을 자신의 집에 보관하고 있다가 주문이 들어오면 시중에 유통했는데 김씨가 지난 2012년 초부터 최근까지 이런 방식으로 내지 않은 세금은 1천여만 원, 김씨의 탈세 과정에 주민등록번호 등을 도용당한 구매대행 사이트 회원들은 700여명 달한다.

문제는 고객 개인정보를 도용해 탈세를 하는 수입업자들이 김씨 뿐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관세청 서울세관이 인천공항세관과 김포세관과 합동으로 지난 1월부터 4월까지 일제단속을 벌인 결과 김씨를 포함해 해외 직구의 간편한 통관절차를 악용해 화장품과 건강식품, 분유 등 31억원 상당의 물품을 불법 수입해 시중에 판매한 수입업자 40명이 덜미를 잡혔다.

이들은 고객 개인정보나 해외로 유출된 개인정보, 친인척 등 2810명의 명의를 이용해 2만1790차례에 걸쳐 안전이 검증되지 않은 분유나 건강식품 등을 불법 수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에 적발된 수입업자들은 40명에 불과하지만 올해 4월까지 세관을 통해 수입된 해외 인터넷 쇼핑물품은 약 5백만 건, 4억8천만 달러 규모로 사상 최대 규모였던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0%이상 급증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적발되지 않은 주민번호 도용 관세 탈루 업자들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부당한 방법으로 관세를 감면받은 사실이 적발되더라도 면탈한 관세액을 납부하고 물품 원가의 20% 안팎의 벌금만 내면 되기 때문에 관세 탈루를 막기 위한 보다 강력한 제재가 필요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주민번호 사용한 구매대행업체, 개인정보 취득경로 꼼꼼하게 따진다”
불법 유통된 개인정보나 고객이 수입신고대행을 위해 제공한 개인정보가 관세 탈루에 악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관세청은 수입 신고때 주민번호 대신 통관고유부호(번호)를 사용을 권고하고 있다.

관세청 전자통관시스템(http://portal.customs.go.kr)에 접속해 개인 인증을 거쳐 부여받을 수 있는 통관고유부호는 주민번호를 대체하는 수단으로 2011년 12월 도입됐지만 홍보부족으로 잘 알려지지 않았다.

통관고유부호 사용이 활성화되면 유출된 주민번호를 이용한 관세 탈루는 불가능해질 것으로 관세 당국은 기대하고 있다.

관세청은 또 분산수입을 통해 관세를 탈루하는 업자들이 수입 과정에서 최종 배송지를 자신의 주거지 등으로 바꾸는 수법을 사용하는 특성을 감안해 관세법을 개정해 수입 과정에서 배송지 변경 사항을 관세당국에 신고하도록 의무화했다.

다양한 개인의 장기간 동안 소액의 수입 물품을 특정 배송지로 집중 수입할 경우 관세 탈루 사범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아울러 관세청은 수입신고 과정에서 통관고유부호 대신 주민번호를 사용한 구매대행업체 등을 상대로 주민번호 등 개인정보가 당사자 동의에 따라 사용됐는지 현장검사 등을 통해 확인하다는 방침이다.

현장 검사에 앞서 관세청은 구매대행업체를 상대로 자사 사이트에 주민번호뿐만 아니라 통관고유부호도 입력할 수 있도록 주문양식을 개선해줄 것을 요청했고, 계도기간이 지난 뒤 필요할 경우 현장검검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관세당국 관계자는 “해외직구가 하루 평균 3만 건, 연 1100만 건에 달하고 직구물량이 매년 50% 이상 급증하는 상황에서 관세청 인력은 20년 동안 4500여명의 머무르는 등 물리적인 한계도 있어 관련 조사 기법 개발도 병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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