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서 온몸으로 수류탄 막은 美병사 뒤늦은 포상

동료 구하려 몸 던져…군인 최고 무공훈장 받게 돼

2010년 11월 아프가니스탄 남부에서 경비 초소를 지키던 미군 해병대원 윌리엄 카일 카펜터(24) 상병은 어느 순간 날아든 수류탄을 자신의 몸으로 덮었다.

카펜터는 당시 자신과 동료가 폭발한 수류탄에 휩싸이던 순간을 대부분 기억하지 못했다.

그는 크게 다쳐 자신의 몸에서 피가 흘러나올 때 따뜻한 물이 그의 몸을 감싸는 느낌이 들었든 것으로 회상했다. "의식을 잃기 전 짧은 순간 내가 살아나지 못하리라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비록 끔찍한 상처가 남았지만, 그는 극적으로 살아남았다.

이날 폭발로 턱과 치아 대부분이 망가졌고, 오른쪽 폐가 손상됐다. 또 손가락이 부러지고 오른팔에 엄청난 외상을 입었다. 약 40번의 수술도 받아야 했다.


카펜터의 용감한 행동은 사건 이후 몇 년 동안 해병대 동료들에게 회자됐지만, 그가 훈장을 받을지는 확실하지 않았다.

미국 국방부가 훈장을 주려면 규정에 따라 증거가 필요했지만, 카펜터는 당시 폭발 직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기억하지 못했고, 유일한 목격자였던 친구 겸 동료도 뇌를 다쳐 말을 할 수 없었다.

이들을 구하려고 폭발 현장으로 달려갔던 다른 동료는 수류탄 폭발 지점이 카펜터의 몸 아래였고, 그가 폭발을 막으려 했다는 중요한 증거라고 주장했다. 두 번에 걸친 철저한 조사 끝에 마침내 당국은 카펜터에게 최고 영예를 수여하기로 했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백악관이 19일(현지시간) 카펜터에게 군인 최고의 무공훈장인 '명예훈장'(Medal of Honor)을 주기로 했다고 전했다.

카펜터는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함께 돌아오지 못한 병사들이 있어서 이 메달을 받고 주목받는 게 힘들다"면서도 "이 상으로 아프가니스탄에서 다치고 숨진 다른 병사들에게 관심을 돌릴 수 있어서 기쁘다"고 소감을 전했다.

카펜터는 지난해 7월까지 입원 상태로 치료를 받았으며 이후 사우스캐롤라이나 대학으로 돌아갔다.

그는 가족들에게 둘러싸인 채 오바마 대통령으로부터 훈장 대상자라는 사실을 전화로 통보받았다며 "대화는 짧았지만 기분 좋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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