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생명과 안전의 최종 책임자가 대통령임을 인정하고, 정부 기관과 제도를 크게 손보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이날 박 대통령의 대국민사과에 대한 평가는 찬반이 엇갈린다. 향후 조치에 대한 전망과 주문도 다양하게 나온다.
그런데 참으로 기이한 일들이 겹쳐서 벌어지고 있다. 검찰에 사표를 내고 청와대 민정비서관으로 일하던 검사를 다시 친정인 검찰에 복귀시킨 일이다. 검찰청법에는 ‘검사가 대통령비서실에 파견되거나 대통령비서실의 직위를 겸임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애시당초 현직 검사가 사표를 내고 청와대에 들어간 것 자체가 편법인데, 그 검사를 또 버젓이 검찰로 되돌려 보낸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에 ‘검사의 외부기관 파견을 제한하겠다’는 공약까지 했었다. 그렇다면 이런 인사를 통해 공약을 파기하고 국민을 우롱하자는 것인가, 아니면 검찰청법도 모르고 공약도 잊었다는 것인가.
더욱 기가 막힌 인사도 있다. 이 민정비서관의 후임으로 내정된 우 모 전 대검찰청 수사기획관의 경우다. 그는 지난해 4월 검사를 그만두고 변호사 활동을 해왔다. 법률적으로 임용에 하자는 없다. 그런데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수사하면서 죽음으로 내몬 담당 검사였다.
도대체 왜 이러는가? 박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로 민낯이 드러난 국가의 적폐를 도려내고 새로운 나라를 만들겠다는 진정한 개혁의지를 과연 갖고 있는 것인가? 의심스럽다. 미덥지가 않다.
많은 국민은 ‘국가안전처’ 신설이나 관료 마피아 해체 같은 기구, 제도의 개혁과 함께 인적 쇄신을 바라고 있다. 특정지역 출신, 공안통, 구시대 인물로 둘러싸인 청와대와 내각의 ‘인의 장벽’부터 해체하기를 강력히 촉구하고 있다.
인적 쇄신이 전제되지 않는 기구, 제도의 개혁은 공염불이기 때문이다. 그 나물에 그 밥으로, 어떻게 국민의 슬픔과 분노를 누그러뜨릴 수 있을까. 국민적 공감대와 사회적 통합을 이끌어낼 수 있을까.
그런데도 대통령은 인적 쇄신 문제에 관해서만은 아직까지 일언반구 말이 없다. 인사는 오히려 거꾸로 가고 있다. 한국방송 KBS를 위시한 언론통제 문제가 곪아터지고 있지만 모르쇠로 일관한다. 세월호 참사 추모집회가 전국적으로 확산되자 공권력은 이를 진압하고 연행하는 데 열을 올려 ‘직권남용’ 논란을 불러일으킨다.
어느 것 하나 ‘정상적인’ 구석이 없다. 지극히 우려되는 상황이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방문 뒤 총리 인선과 후속 개각이 있을 것이라고 하니, 기도하며 지켜볼 뿐이다.